불교를 주제로 혹은 기독교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무척 재미가 없다. 종교는 믿는 사람에게나 중요하고 진지하지 일반인들에게는 지루한 주제일 뿐이다. 기독교 영화도 변하고 있다. 종교를 담고 있다 하여 지루하거나 어려우면 관객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불교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영화에서 불교를 차용하거나 불교 메시지를 넣도록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기념일은 말 그대로 기념을 하는 날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6‧25 전후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방영하고 삼일절 전후로는 만세운동 관련 다큐나 영화를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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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의 각종 기념일도 마찬가지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예수나 그와 관련된 영화가 나오며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전후도 관련 영화가 많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특히 관련 영화가 많았는데, 2000년 넘어서부터는 관객들이 좀 더 다양하고 자유롭다보니 그 경향이 많이 바뀌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인물 중심이었다. 특히 인물의 사상과 인품 등을 신비롭게 보여주어 종교의 신성성을 높이는 역할을 많이 하였다. 당시 불교 영화들을 보면 판타지류나 구도 위주 혹은 “등신불” 같이 불교경전이나 전래된 신비한 경험담 위주로 제작한 영화들이 많다.

2000년 넘어서면서 IMF와 벤처 붐을 겪은 한국은 영화 시장에서도 크게 변화를 겪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영화와 현실은 별개라고 여겼는데, 어느 틈에 관객들이 머리가 깨어 영화를 좀 더 제대로 보기 시작하였다. (물론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많이 생겨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났다는 점도 있다.) 딱히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문화 상품 소비에도 관객이 주도적으로 변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제작된 영화를 보면 출가 전 석가모니의 고민과 고통을 그린 영화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영화는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리틀 부다(https://movie.daum.net/moviedb/main movieId=16734)일 것이다. 이 영화는 티베트 불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이중적인 구조로 과거 부처와 환생 부처를 설명했다.

한국 영화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만다라“, ”우담바라“, ”화엄경“, ”동승“ 등이 나왔다. 그나마 한국 영화들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현실에 임하지 못한 불교가 어떻게든 사바세계를 보라는 의도로 만들었다. 물론 “달마야 놀자” 류의 영화도 영화계에서 흥행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독자들도 잘 알겠지만 영화와 종교는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이다. 아무리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해도 억지스럽게 밀어넣기만 한다면 종교에 거부감이 많은 관객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종교는 영화의 소재로 좋다. 특히 구도 과정과 득도 과정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에 매우 적합하다. 고난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꽃을 피우는 내용이 얼마나 관객의 마음을 자극하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주던가!

그런데 그 카타르시스도 매번 보면 식상해진다. 사실 2000년 이전과 이후는 바로 이 식상함과 뻔함을 가졌으나 버렸느냐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독자들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나오는 “서유기” 소설을 기억할 것이다.

삼장법사가 제자 셋을 데리고 천축으로 가 불경을 얻어오는 이야기인데 당나라 때 고승 현장(玄奘) 스님을 모델로 또 “대당서역기”를 기반으로 명나라때 쓴 소설이다. 또한 영국의 존 버니언이 쓴 “천로역정”을 들어봤을 것이다.

“서유기”와 “천로역정”은 종교를 기반으로 하였는데도 전혀 식상하지 않으며 또한 전혀 뻔하지 않다. 종교에 기반하면서도 종교색을 띄지 않은 작품은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이 찾고 또 즐긴다.

새천년 이전의 불교 영화들을 보라. 부처님 출가를 소재로 한 영화는 해석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내용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지옥에 빠진 모친을 구한다는 목련존자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

아니면 한국 불교 전파 초창기에 순교를 한 이차돈 이야기나 임진왜란 당시에 크게 활약을 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다.

좀 전에 서유기와 천로역정을 언급했는데, 서구에서는 영화 소재가 떨어져서인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권으로 소재를 많이 발굴하려 했다. 그런데 헐리우드에서는 “리틀 부다”처럼 소재를 차용하되 색다르게 해석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불교의 철학과 사상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새천년 들어서 서구에서는 여전히 기독교 기반 영화들이 많았다. 해석에 따라 장자의 호접몽과도 연관된다는 “매트릭스”의 경우 구원자 혹은 메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난 속에서 인류를 구원한다는 “2012”, “산 안드레아스” 등도 여전히 기독교적 색차를 담았다.

이에 비해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용은 SF영화이지만 불교의 인연설과 인과율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불교를 주제로 혹은 기독교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무척 재미가 없다. 종교는 믿는 사람에게나 중요하고 진지하지 일반인들에게는 지루한 주제일 뿐이다. 기독교 영화도 변하고 있다. 종교를 담고 있다 하여 지루하거나 어려우면 관객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불교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영화에서 불교를 차용하거나 불교 메시지를 넣도록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절에서 일어나는 일에 단순 호기심 외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릴때부터 산이나 절을 다녀본 사람들은 절 생활이나 일이 크게 호기심이 되지 않는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는 종교 색채를 담지 않았으면서 불교의 인연설과 업보설을 담고 있어서 대박을 쳤다. 인간의 빈약한 상상을 종교적 구조로 뒷받침하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한국에서는 유명 만화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신과 함께”가 있다. 전체 2편인 이 영화는 한반도의 민간 신앙과 불교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여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특히 2편의 경우 제목을 아예 “인과 연”으로 잡았다. 홍콩 영화 “무간도”의 한국 리메이크판이라고 일컫는 “신세계”를 보면 인연설은 아니지만 인과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죄, 업, 인연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면 2016년에 개봉한 “아수라”도 빠지지 않는다.

“안남”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기반으로 시장의 야욕과 관련 인물들의 탐욕 그리고 그 속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정우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수라”가 여섯 윤회의 길 중 하나가 아니던가. 실제 세계의 “아수라장”을 영화 “아수라”로 옮겼을 뿐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굳이 “불교 영화”라고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사실 제대로 잘 만든 영화는 종교를 잘 녹여서 압축했다. 굳이 종교인의 일대기나 유명 종교인의 이야기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일반인들에게 종교는 종교일 뿐이다.

불교를 생활 속에서 찾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바로 그런 면에서 불교도 영화 속에서 자연스레 녹아 있어야 그 본래 의미가 있다. 부처께서 우리 모두는 하나하나가 부처라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 의미가 무엇이던가.

사람들 마음 하나하나가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고도 했지만 백인백색에 각양각색 부처를 깨닫고 실천하는 방법 또한 다 다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가 왜 종합예술인가. 단일한 수단으로 단일한 생각을 담아 단일하게 보여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종합예술은 수단도 복합적이지만 담은 내용 역시도 중첩에 중의가 있다. 또한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복합 다양하다는 뜻이다.

 손 은 석  (주)한메소프트 대표

김성학 기자(bultop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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