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 평양회담에서 남과 북이 비핵화에 합의했다.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만큼 중대한 남북정상회담에서 얻어낸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두고 야당이 ‘비핵화가 없으면 평양 유람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으나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전쟁위협 종식 등 굵직한 현안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 이틀째 남북정상회담을 한 뒤 ‘9월 평양 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정상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관련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 폐기하기로 하는 등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등 추가 조치도 취하겠다고 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은 4·27 판문점 선언이 구축한 평화의 새 시대를 한 단계 도약시킬 계기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앞에서 육성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약속하고 남북 정상이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에 합의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한 점이 돋보인다. 남북 정상이 신뢰를 기반으로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를 풀 카드를 확보한 것은 분명한 변화다. 남북이 마련한 한반도 평화·번영의 청사진을 토대로 북미가 비핵화 담판에서 결실을 맺도록 관련 당사국이 최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관건은 미국이 평양선언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 하는 것이다. 발표된 것만으로는 그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검증'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고개를 순탄히 넘어야 북미 정상회담의 비핵화 담판 가능성이 겨우 열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달리 비핵화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은 비핵화 속도를 추월하는 남북관계를 경계하고 있다. 매사 한미동맹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남과 북은 평양선언을 뒷받침하는 행동과 실천, 국내 여론의 통합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후속 과제로 떠안고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남과 북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선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북핵 폐기의 실질적인 이행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내실있게 실천하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남북 간에 이제 새 합의나 선언보다 이행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현원 기자(bultop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