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예비내각 제도의 운영사례와 시사점

대통령 파면과 조기대선 실시로 인해 인수위 없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예외적 상황이 재발하면서 ‘예비내각’(shadow cabinet)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예비내각제도는 의원내각제 국가 중에서도 제1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해서 연립정부 구성이 불필요한 국가에서 운영되며,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에서 ‘하룻밤 사이 정권교체’를 가능케 하는 데에 예비내각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하원의원인 예비장관(shadow minister)은 정부의 정책집행을 감독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면서 집권을 준비한다. 예비장관이 총선 실시 전에 총리의 승인을 받아 각 부처 공무원과 접촉하는 ‘사전 면담’(access talk) 절차는 예비내각의 신속한 정권교체와 부처 장악을 가능하게 한다. 별도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관료나 전문가 집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관을 임명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예비내각 운영사례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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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내각제 국가의 '예비내각' 제도와 한국 적용의 한계

국회입법조사처는 2025년 6월 16일, 『이슈와 논점』을 통해 「예비내각 제도의 운영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대통령 파면 및 조기 대선으로 인해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관심을 받았던 예비내각(shadow cabinet) 제도의 작동 조건과 운영 현황을 영국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이 제도가 대통령제 권력구조와는 조응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예비내각 제도의 핵심, '사전 면담(access talk)'

우리나라나 미국 등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선 후 당선자가 취임 전까지 약 60~70일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여 집권 준비를 합니다. 반면, 총선 결과에 따라 의회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 국가들은 정권 인수인계 기간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특히 영국은 '하룻밤 사이 정권교체(overnight transition)'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는 정권교체 시 야당이 투표 종료 24시간 이내에 정권을 인수하여 내각을 운영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영국의 예비내각은 야당 대표(shadow prime minister)가 임명한 **예비장관(shadow minister)**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제1야당 소속 하원의원인 예비장관들은 각 부처의 정책 활동을 감독하고, 야당 집권을 대비하여 정책 대안을 제안하며 대안적인 집권 세력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준다.

예비장관이 일반 의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다는 점은 영국 의회 차원에서 이들의 특별한 역할을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다.

예비내각이 신속하게 정권을 인수하고 내각의 각 부처를 장악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절차가 바로 예비장관과 부처 고위 공무원과의 '사전 면담'이다.

총선이 다가오면 야당 대표는 총리에게 각 부처 고위 공무원과의 사전 면담 승인을 서면으로 요청하고, 총리의 승인 하에 예비장관은 기밀성 원칙을 지키며 각 부처 공무원과 사전 면담을 진행한다.

사전 면담을 통해 예비장관은 소관 부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위 관료들과 상호 신뢰를 구축하여 집권 시 신속하게 부처를 장악할 수 있다. 부처 공무원은 사전 면담을 통해 예비내각의 총선 공약을 파악하고 정권교체 시 가능한 조직 변화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사전 면담 개시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보통 총선 12~16개월 전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비내각 제도의 작동 조건과 한국 적용의 어려움

영국의 예비내각 운영 사례는 이 제도가 단순히 집권 시 누가 장관을 맡을지를 미리 정해두는 차원의 제도가 아님을 보여준다. 예비내각 제도는 의회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이면서, 선거 결과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여 연립 정부를 구성할 필요가 없는 정치 환경에서 작동 가능합니다. 비례성이 높은 선거 제도로 인해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여 연립 내각 구성이 일반화된 독일의 경우, 장관직 배분 협상에 시간이 소요되므로 예비내각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별도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의원뿐만 아니라 관료나 교수 등 다양한 인재풀에서 장관을 임명하고, 장관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예비내각 제도가 운영되기 어렵다. 모든 정치 제도나 절차는 정부 형태와 같은 거시적인 권력 구조와 조응성을 가져야 하는데, 예비내각 제도는 의원내각제 권력 구조에서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치적 조건에서 작동 가능한 제도이다.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으로 인해 인수위원회 없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예외적인 상황이 재발할 때마다 예비내각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었지만, 대통령제와 예비내각 제도는 제도적 조응성이 낮다.(차복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