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동탄 납치·살인 사건, 왜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나

가정·교제폭력 대응체계 개선 시급

- 9차례 경찰 신고에도 피해자 보호 실패, 경찰의 안이한 대응뿐 아니라

제도적 한계 여실히 드러나

- 의무체포제·주공격자 식별, 영구적 접근금지 제도, 교제폭력 법적 보호 등

해외 주요국 대비 미흡한 제도가 사고 막지 못해

- 「가정폭력처벌법」개정 통한 교제관계 포함, 반의사불벌 폐지,

현행범 체포 요건 완화, 접근금지 전자감시 등

실질적 보호수단 도입 등 입법 개선 필요
 

국회입법조사처, '동탄 납치·살인 사건'으로 본 가정·교제폭력 대응체계 개선 촉구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2025년 6월 19일, 최근 발생한 '동탄 납치·살인 사건'을 계기로 현행 가정·교제폭력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담은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5월 발생한 '동탄 납치·살인 사건'이 피해자가 9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하고 고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보호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대표적인 사례임을 지적했다. 이는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포함한 현행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경찰이 피해자의 반복적인 신고와 스토킹 피해 호소, 정식 고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심지어 스마트워치 반납을 요구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으로 피해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지인의 도움으로 거처를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해자에게 납치·살해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가정폭력 대응 체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의무체포제 부재: 현행법상 가정폭력 현행범 체포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제 체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피해자 보호보다는 처벌 불원 의사 확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반의사불벌 규정: 피해자에게 사실상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로, 경찰이 적극적인 위험 감지 및 보호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만든다.

교제폭력 법적 보호 미흡: 현행법은 가정폭력의 범위를 혈연·혼인 관계로 한정하고 있어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접근금지 감시제도 부재: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져도 실시간 감시 체계가 없어 피해자는 여전히 신변 위협에 시달린다.

불충분한 접근금지 기간: 해외에서는 영구적 접근금지가 가능한 것과 달리, 한국은 기간이 한정되어 있어 피해자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가정폭력 대응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강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의무체포제, 주 공격자 식별, 영구적 접근금지 명령, GPS 위치 추적 전자감시 등 실질적인 보호 수단을 도입하여 피해자 안전을 강화한다. 특히 미국은 GPS 전자감시 비용을 가해자에게 부과한다.

교제 관계 폭력 보호: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가정폭력과 동일한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네덜란드, 캐나다: 가정폭력을 가중 처벌하여 엄중하게 대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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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폭력 발생 시점부터 24시간 이내에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GPS 위치 추적 전자감시 도입: 접근금지 명령의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GPS 위치 추적 전자감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교제 관계까지 법 적용 확대 및 쌍방폭행 판단 기준 명확화: 교제 관계 폭력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하고, 쌍방폭행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반의사불벌 규정 적용 배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반의사불벌 규정 적용을 배제하여 피해자가 더욱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개선 방안들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져, 가정·교제폭력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차복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