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산 스님 / (사)대한불교금강종 총무원장


우리 불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공양(供養)이라는 말은 부처님과 승단에 베푸는 모든 것을 통칭하는 것이다. 사찰에서 부처님 앞에 올리는 것과 함께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물을 베풀고 섭취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불교에서 밥 먹는 것도 ‘공양’이라 하는데, 이 식사의 행위도 의식이자 수행이기에 법도가 있는 것이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음식을 취하는 일반적 공양(供養)에 대한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만물의 우두머리라는 말인데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낸 너무나 이기적인 주장인 것이다. 
이렇게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대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생명을 빼앗는다. 그러면서도 전혀 미안하다거나 죄스럽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불살생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먹을거리는 모두 다른 생명체로부터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섭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살생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살생을 하지 말라고 하는가  생명유지를 위한 살생, 그것은 공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뿐인 생명을 바치는 입장에서는 고귀한 자기 희생이며, 받는 입장에서는 눈물겨운 수용인 것이다.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을 주고 받는 일인 만큼 고귀하고 성스러운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한낱 즐기기 위한 행위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내것이라면 하찮은 물건 하나라도 아까워하면서 어떻게 유일하기로 치면 사람과 조금의 차이도 있을 수 없는 생명을 함부로 빼앗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매일 그토록 고귀한 헌공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간다. 식사를 할 때 어찌 감사하다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식전(食前)의 합장 기도는 그 감사함의 표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를 살리기 위한 모든 희생과 함께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리라는 이타(利他)의 표시이어야 한다. 그 고귀한 희생에 의해 살아가면서 어찌 허튼 짓을 하고 악행을 하겠는가. 내가 허튼 짓을 하고 악행을 한다면 내게 바쳐진 그 공양은 다 어쩌란 말인가. 너무나 억울한 희생이 되고 말 것이 아닌가. 선량한 언행으로 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 많은 빚을 다 어찌 감당하겠는가. 

생명을 바친 존재들의 억울함을 다 무엇으로 어루만지랴. 내 물건 아끼는 만큼이라도 다른 생명체를 아껴야 한다. 
무릇 참 사람이라면 사람을 이롭게 하는 모든 생명에게 감사드리며 인류의 평화와 행복된 세상을 성취하는데 이바지하고 마침내 생사의 깨달음을 이룬다면 그것은 큰 보은의 길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내 앞에 놓여진 음식들을 마주하고 그 의미에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은 불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기본의 도리는 ‘공양게’에 모두 담겨 있으니 그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한 방울의 물에도 부처님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많은 사람의 노고가 담겨 있으니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마음속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