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불교는 단순히 여러 종교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신앙으로서의 불교는 불자들에 국한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문화로서의 불교는 우리 문화의 뿌리이자 중심 줄기 중의 하나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 산천 곳곳에 불교식 이름이 붙어 있고, 우리의 일상적인 행사와 각종 의례 역시 불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불교를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불교는 중국과 인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중국과도 다르고 인도와도 다른 고유의 모습을 갖추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불교만의 특색은 무엇이고, 이런 특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불상과 불화를 중심으로 한 우리 불교미술의 특징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자연이나 환경과 어우러진 우리 불교미술만의 특색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뿌리가 된 우리 불교의 특색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교와 문화재 전문가인 저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국의 사찰과 주요 문화재들을 일일이 비교 검토하고 보여주며 우리 불교와 이에 바탕을 둔 우리 문화의 뿌리를 추적한다. 전문가의 상세하고 친절한 가이드를 통해 불교는 물론 우리 문화 전반의 특징과 특색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불교의 핵심 사상이나 우리 불교미술의 특징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불교와 문화가 지닌 원형적인 특질을 찾아내고 보여주는 책에 가깝다.
전국의 박물관과 사찰에 흩어져 있는 각종 불교미술 작품들을 모으고 비교하여 그 원형을 추출하고, 그 안에 숨겨진 은밀한 메시지를 읽어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의 불교미술과 문화에 대한 원형을 해설한 책이자, 한두 작품을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불교미술 전반의 체와 용과 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책에 가깝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 불상, 불탑, 불화의 원형을 그려낼 수 있고, 개별 불상, 불탑, 불화가 역사적이나 문화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되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각 사찰이나 박물관에 있는 불교미술 작품을 보는 우리의 안목을 개안에 가까울 정도로 밝게 만들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재호 지음 / 종이와나무 252쪽 / 값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