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판화로 보는 동 아시아 나한의 세계’ 특별전을 선보이는 가운데 19세기 일본에서 제작된 오백나한도 대형 목판화<사진>가 최초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판화박물관은 소장품 6,000여점 중 나한과 곤련된,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의 불화판화와 나한 삽화가 들어있는 고서와, 삽화를 찍었던 판목을 중심으로 70여점을 선별하여, 4월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원주소재 박물관 전시실에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열린 나한특별전은 대부분 회화와 조각 위주로 이루어져 왔으나, 이번 고판화박물관의 전시는 판화가 중심으로 불화의 밑그림인 불화 초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불교미술연구를 입체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에 최초 공개된 오백나한도 목판화는 일본에서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목판화이다. 고려불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오백나한도로 알려진 일본 교토 지은원의 오백나한도 불화((고려 14세기, 188.0×121.4㎝)를 모본으로 에도시대에 다시 그리고 판각한 목판화(일본 19세기, 186.5 ×120.5cm)로, 그 크기가 원본과 불과 1cm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대형이다. 구도와 배치는 고려불화를 충실히 따라 표현했을 뿐 아니라 고려불화의 퇴색된 부분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초판 인출본으로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중국 당대 관휴의 16나한도를 건륭황제 때 항주 성인사에 제작된 석각비에서 탁본한 작품 전부와 티베트 덕격인경원이 자랑하는 16나한고사도 목판화와 일본의 다양한 오백나한도 판화를 비롯해 채색으로 만들어진 16나한도 판화도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명주사 고판화박문관 한선학 관장은 “각국의 소유권 문제로 인해 국가 간의 전시 교류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아름다운 고려 불화를 보고 싶어도 점점 깊숙이 수장고 속으로 숨어버리는 이 때 고려불화 원본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목판화를 통해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려 때 제작되어 탈락된 부분도 고려불화의 밑그림 초가 있다면 보정해 낼 수 있듯이, 목판화의 아름다운 선묘가 불화 초를 대신해 줄 수 있어 고려불화 연구자들이나 불화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