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도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양파 2개를 놓고 한쪽에는 사랑 등과 관련한 아름다운 말만 하고 다른 한쪽에는 욕설과 비난을 하면 양파가 다르게 자란다는 말이 있다. 전적으로 비과학적이며 근거가 없는, 혹은 근거가 있어도 객관적이고 증명 가능하지 않은 말이지만, 시사점 한 가지는 분명히 있다. 사람 말을 알아들 을 수 없는 식물에는 해당이 되지 않지만 사람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는 존재가 들으면 분명히 영향이 있다는 점이다.

수동적이고 자조적인 말이 지나치면 비관이 된다. 시중 말로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전세계가 "헬조선"의 영향에 들었다 하여 북조선, 동조선, 서조선, 기마조선, 섬조선 등으로 비하하여 부르는 현상까지 생겼다.

서조선 - 중국
기마조선 - 몽골
북조선
남조선
동조선 - 일본
영어조선 - 홍콩
섬조선 - 대만

이에 비해서 자국이나 민족을 드높이면 "국뽕에 취했다"는 표현을 써서 이 역시도 비아냥거리고 있다. "국뽕"이라는 단어는 "국가주의" 혹은 "국수주의"라는 단어와 "히로뽕"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형태로, 지나친 자국 중심 주의를 비하할때 쓰는 단어다. 특히나 이 단어는 비참한 현실에서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거나 민족주의적인 영화나 서적 혹은 홍보 글에 많이 사용했다.

앞서 말한 "헬조선"이 자기자신과 민족을 비하적으로 일컫는다면 "국뽕"은 타인에 대해서 비하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하이 코미디 혹은 블랙 코미디를 볼때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 그 내용을 보면 풍자와 우화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우화나 풍자를 보게 되면 마치 그 내용이 현실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현실이 힘들고 어려울때 풍자와 조롱은 고통받는 서민들 마음을 위로해 줄 수는 있지만 그 상황을 오래 지속하면 오히려 정신적으로 패배감과 자기 비하에 빠져서 그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여 수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특히 자기 비하가 심하게 진행되어 무엇을 해도 자괴감을 느끼는 상태가 된다면 암울한 현실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본다면, 개개인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는게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부심은 자괴감과 자기비하의 반대 영역에 있다. 자부심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자부심은 내가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당당하게 자랐음을 선언하고 그 자세를 간직하는 마음이다. 내 형과 누나, 언니 혹은 내 동생들에게 그 사람의 형제와 자매로서 부끄럼 없고 당당한 마음이다.

이를 조금 더 확대하면 자부심은 내 가족과 집안에 대해서 당당한 마음이고 내가 속한 공동체에 대해서 거리낌없고 당당한 마음이다. 이 마음이 국가까지 확대가 된다면 이 자부심이 바로 애국심이 된다.

애국심은 자기비하도 아니고 또 "국뽕"으로 매도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한 행위와 내 가족과 내 주변에 대해서 당당함을 가질때, 내 행동에 꺼리낌이 없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을 때 그런 시민이 국민이 될 때 우리는 좀 더 다른 사회와 문화를 맞이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자. 그리고 내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언제나 당당하게 당당한 일을 하자.

손은석 / 한메소트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