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사회는 불행하게도 전시대에 걸쳐 어디에서나 존재해 왔습니다. 일체중생의 절대적 평등을 공언한 석가모니 붓다가 활동하던 시기에도 인도에는 카스트라고 하는 세습적 계급제도가 있었는데요 어느날 붓다께서 고향에 돌아와 법문을 하자 경청한 석가족의 왕자들은 감동하여 출가를 결심하게 됩니다. 이때 최하층 수드라 계급인 궁중의 이발사도 함께 출가를 하게 되는데 왕자들 보다 조금 먼저 출가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왕자들은 불가의 예법에 따라 먼저 출가한 이들에게 절을 하였지만 궁중의 이발사에게는 절을 하지 않고 머뭇거렸다고 합니다.

이에 붓다께서 말씀하시길 “계행과 정진만을 중요시하고 교만한 마음은 갖지말라. 나이와 계급이 서열이 될수는 없느니라.” 라고 타이르자 왕자들은 공손히 예를 갖추어 이발사에게 절을 하였고, 이발사 또한 감동하여 왕자들을 향해 맞절을 하였다고 합니다.

훗날 이 이발사는 계행을 더욱 굳건히 하여 정진을 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붓다의 10대 제자중 ‘지계제일’의 우바리 존자입니다. 지난 2014년 전남의 한 염전에서 20년 가까이 학대를 당하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한 지적장애인들이 구출되어 우리사회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들 피해염부들은 하루 5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염전에 동원된 경우도 많았으며 심지어 일을 하다 발목이 부러졌으나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2018년 서울에서는 3급 지적장애인을 17년 가량 야구장 쓰레기를 분리수거 시키며 강제 노동을 하게 한 고물상 업주가 검찰에 송치되기도 하였고, 최근 강원도에서 지적장애 3급의 50대 여성과 자녀들에게서 수년간 월급과 장애지원금을 착취하고 성매매를 강요해 그 대가를 착취한 모자가 징역 8년 8개월과 징역15년을 각각 선고받은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2016년 경북 상주의 한 농가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인 노동착취사건, 2018년 충남의 농가와 축사에서 긴급구조된 3명의 인권침해 피해자들, 이는 모두 인권사각지대에서 벌어진 ‘현대판 노예사건’으로 이름붙혀진 사건들 이었습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확인한 결과 장애인등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착취 사건은 2018년 상반기에만 218건 이었다고 하는데 모두 고용주가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거나 가로챈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 중 27명의 피해자에 대하여 ‘현대판 노예 피해자’로 분류했는데 이들은 평균 16년 6개월 가량 노동을 착취당했으며 지적장애로 추정되지만 장애인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와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까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착취 가해자 중 장애인복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경우는 단 5건에 불과했으며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처벌할 수 있는 경우 또한 ‘반의사불벌죄’로 인해 처벌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요, 날 때부터 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 행위로 말미암아 천한 사람도 되고 귀한 사람도 되는 것이다.’ 이는 카필라국의 태자였던 석가모니 붓다께서 우리에게 남긴 말씀입니다. 인격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교훈삼아 ‘존중과 배려’가 우리사회의 큰 미덕이 되길 진심으로 소원해 봅니다.

빤야와시로(해공)스님 / 불교마음상담실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