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앞에 나타난 악한 행위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그대 스스로 행한 것이니
인과에 따라 그 과보를 모두 겪어야 한다

불교에서는 중생계를 지배하는 신을 인드라 천신이라고 한다. 인드라는 힌두교의 베다경전에도 나오는 동명의 신이기도 하지만, 불교에서는 모든 신들의 왕이자 수미산 정상에 있는 도리천의 왕이기도 한 제석천왕을 묘사한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결국 일체 중생은 사바세계를 관장하는 인드라 신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음을 표현하기 위해 그물 망(網)자를 써서 ‘인드라망’이라 하였고 이를 빠알리어로는 ‘인다자라(Indajāra)’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물 속에 갇히게 되었는가  우리가 태어남은 어느 때인가 알 수 없는 그때에 스스로 지어놓은 업식(業識)에 의해 무명에 빠지게 됨으로써 태어남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태어나고 보면 부모만 있는 줄 알았는데 부모의 부모나 형제가 있고 또 부모의 친척과 친구도 있다. 또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친구와 선후배와 이웃을 만나게 되고, 배우자를 선택하면 배우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부모와 형제와 친지와 친구 등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존재들은 내가 원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주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나’인 ‘너’들인 것이다. 이들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때론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과의 만남은 내가 끊어내고자 해서 없어지는 존재들도 아니고 변화시켜려 해도 변화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불교에서의 만남을 필연(必然)이라고 하고, 이렇게 만난 점들을 연결하면 마치 그 모양이 그물과 같기 때문에 인드라망이라 지칭하는 것이다. 이 도리를 이해하였다면, 살아가면서 어떠한 업연을 쌓아갈 것인가를 선택하여야 하고, 그것의 완성을 위해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하여야만 한다는 것을 계획하여야 할 것이다.

붓다는 등각경 인과품 5.6.7절에서 “‥‥‥어떤 뭇 삶이 감각적 쾌락의 세계에 이르도록 행업과 습식과 갈애를 심는다면 그는 시간과 공간이 교접되는 궁극의 찰나에 시방세계 중, 하층의 세계인 욕계에 의식이 확립되고 그곳에 재생존재로 태어나게 되느니라.‥‥‥어떤 뭇 삶이 미세한 물질세계에 이르도록 행업과 습식과 갈애를 심는다면 그는 시간과 공간이 교접되는 찰나에 시방세계 중, 중층의 세계인 색계에 의식이 확립되고 그곳에 재생존재로 태어나게 되느니라.‥‥‥어떤 뭇 삶이 비물질의 세계에 이르도록 행업과 습식과 갈애를 심는다면 그는 시간과 공간이 교접되는 찰나에 시방세계 중, 상층의 세계인 무색계에 의식이 확립되고 그곳의 재생존재로 태어나게 되느니라.”라고 하시면서 스스로 지어 스스로 받는 자작자수(自作自受)의 연기원리를 설법하고 계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 앞에 나타나는 것들에 대하여 모두 자신이 만들어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것일수록 모두 주변에 탓을 돌려 그들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붓다는 등각경 인과품 9절과 10절에서 “‥‥‥그대의 앞에 나타난 악한 행위들은 그대의 부모나 형제나 자매나 친구나 친척이나 수행자나 천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대 스스로 행한 것이니라.‥‥‥인과에 따라 그대가 그 과보를 모두 겪어야 하느니라.”라고 인과의 업보가 위중함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