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를 가나 외로운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중에서)라는 시 구절에 수많이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외로움을 가득 머금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 밥을 먹는 사람들, 수다를 떠는 사람들…. 지구는 외로움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들로 만원입니다. 외로움 때문에 립스틱 짙게 바르고, 외로움 때문에 하염없이 수다를 떨고, 외로움 때문에 머리를 자르고, 외로움 때문에 이것저것 명품들을 사 모으고,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몸을 비빕니다.

어쩌면 그렇게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을 찾아 헤매다가 지구인 대부분의 삶이 마감되어 왔는지도 모릅니다.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것처럼 비참한 것이 또 있을까요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나 이것이 인간적인 삶이라고 공허한 위안이나 주고받으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속은 텅 텅 빈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서로가 함께 있음으로써 그만큼 공허한 가슴이 채워졌을 것이라는 부질없는 환상을 키우면서, 그렇게 시간 떼우고 이 지구 여행을 끝마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외로운 몸짓, 마음짓 들을 그만 거두고,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몸을 주인으로 여기고, 몸의 살림살이를 위해 시간을 바치는 인생이라면, 그리하여 부유해진 몸뚱아리 살림살이를 자존심의 전부로 삼아서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치유할 길은 멀고 멀 것입니다. 몸을 주인으로 여기는 거짓된 사랑은 하면 할수록 더욱 공허해지고, 갈증만 더해갈 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밝고, 강력한 존재들입니다. 철새들 길을 잃지 않고 고향을 찾아가는 그 힘이,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꽃을 피우는 민들레 한 송이의 그 기적이, 우리 안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떠받치는 ‘본성의 힘’을 잊고 산다면, 그것은 소인배들의 삶입니다. 중용에서 말하는 신기독(愼其獨)이란, 바로 그런 본성의 힘(道)과 따로 떨어져서 사는 것을 삼가라는 뜻입니다. 그 힘과 늘 함께 하는 것이 군자이고, 그 본성의 힘이 없는 것처럼 외로움 타면서 살아가는 것이 소인배입니다. 그 힘과 함께 할 때에, 우리는 더 이상 외로움에 찌들지 않습니다. 구걸하는 사랑에 습관화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랑 결핍증에 신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성의 힘과 함께 하는 사랑이라야 온전히 채워지는, ‘충만한 과즙’을 맛볼 수 있고, 거기에 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내 존재를 떠받치는 ‘거룩한 힘’을 실감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자기의 알량한 견해들을 송두리째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심(下心)만이 아상(我想)을 떨쳐버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본성을 찾고자 할 때 기본적인 마음가짐입니다. 하심함으로써 겸손해지고 겸손해짐으로 본성에 더 가까이 갈수 있습니다. 

부처님께 기도를 드릴 때에는, “이렇게 저렇게 해주십시오” 하는 청탁형이나 주문형 기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좁은 소견으로 빛이 내려오는 길을 가로막으면 안 됩니다. 알량한 견해들을 내려놓고 텅 빈 마음이 되는 것, 그것이 빛이 내려오는 필요충분 조건입니다. 기도와 명상은 “내 안의 본성의 빛”을 살리는 길이고 통로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