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음력을 사용했기에 24절기도 음력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음력이 계절보다 빨리 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태양의 황경을 24등분 해서 이름을 붙인 것을 24절기라 합니다. 이는 태양의 운동과 일치하며 24절기 처음이 입춘이고 22번째가 동지(冬至)입니다. 태양이 남회귀선인 적도의 23.5도, 즉 동지선(冬至線)에 이르는 날이 동짓날입니다. 이날 지구의 북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깁니다. 하지로부터 차츰 짧아진 낮의 길이가 이날에 이르러서 가장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지요. 옛날 사람들은 이를 태양의 부활로 여겨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라고 하여 명절(名節)로 삼아 아세(亞歲)라고 하였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먹게 된 이유는 팥의 붉은색은 ‘양(陽)’을 상징함으로써 ‘음(陰)’의 속성을 가지는 역귀나 잡귀를 몰아 내는 것으로 믿어 우리 조상들은 잡귀와 귀신을 쫓아 무병장수와 건강을 기원하는 뜻에서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리고 나누어 먹는 풍습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렇듯 동지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에 있어 잡귀와 재앙을 멀리하고 복을 구하는 원화소복(遠禍召福)의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한 해가 가는 12월 동지를 맞아 우리 불자님들은 올해 다하지 못한 일들과 또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나쁜 기억은 하루 빨리 잊어버리고 좋았던 기억으로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설계해야 합니다.

액운은 한 생각 어두운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한 생각 한 생각을 잘 단속하는 것이 액운을 소멸하는 지름길입니다. 좋은 일은 할수록 더욱 좋아지고 나쁜 일은 행할수록 더욱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불법(佛法)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지난날, 오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의 법(法)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삶에서 옳은 것은 더욱 지켜가며 그른 것은 과감히 끊어 버릴 줄 아는 지혜를 기르는 것이 곧 수행인 것입니다. 우리 불자님들에게 동짓날은 그냥 붉은 팥죽을 나누어 먹고 액운을 소멸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처님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잘못을 참회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찰 안에서의 대중 공양에서 벗어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는 회향의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증일아함경>에 “지금이 바로 자신을 돌아보며 참회 할 때이니라, 때를 놓치지 말고 참회하라.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허물이 있을지라도 곧 스스로 그것을 고치면 그는 훌륭한 사람이리라” 하였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동짓날, 회향(回向)의 의미를 되새기고 추운 겨울날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며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다시금 발원하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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