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이제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진입하였다고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러한 소득 수치는, 곧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다는 말이다. 15세기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이 과학문명을 주창한 이래,  과학문명의 이기(利器)들은 고도로 발달해왔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위상에 따라, 우리 국민들도 수입증가와 비례하여 상대적 지출 또한 따라서 증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종교인의 입장에서 보는 사회적 시각으로는 경제부흥에 따른, 절대적 배금주의(拜金主義)에 물든 계층들도 더욱 팽배해지면서,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문화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더욱 깊숙이 스며들어, 남보다 더 큰 부(富)를 축적하기 위한, 맹목적 의식들도 같은 수치로 비례하게 된다. 이렇듯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병폐가 양산되는 것도 사회의 한 현상일 수밖에 없다. 고도의 소유욕에 따른 심리는, 상대적 박탈감과 이로 인한 고통이 같은 키로 비례하여 성장하면서, 하위 소득 계층들이 감당해야 하는 물질적 정신적 괴로움 또한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도적 지위에 있는 집단이 불교이며, 고도의 수행력으로 증득한 혜안과 불타의 교법으로 중생들을 인도하여, 적당한 부(富)의 안배 및 사용법과 안심입명(安心立明)에 이르게 하는 선지식(善知識)이 되어야 하는 것이 출가자의 본분이 된다. 종교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가 부흥하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종교는 쇠퇴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물질이 풍부해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서, 종교에 의지하여 삶의 질을 높이려거나, 정신적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적어지고, 경제적 충족감에 따른 삶에서 활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편적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곧 종교에 귀의하는 인구가 점차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정신적 안식처를 제공해야 하는 종교집단의 역할도, 그 만큼 역할과 범위가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이는 실제로 현재 불교와 기독교 할 것 없이, 신도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으며, 선진국일수록 종교인 수는 더욱 급격하게 감소되는 현상과 같은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지녀야 하는, 근본적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종교계나, 특히 불교 구성원으로서의 출가자 중 일부 스님들의 출가 본분사(本分事)를 망각하는 행태는 참으로 애석하고 개탄스럽다. 역대조사와 선지식들과 불교 중흥에 이바지하신 스님들의 가없는 공덕으로 마련된 유산인,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아무런 노력도 없이 물려받고 들어와 안주하면서도, 일부 권승(權僧)들이 득세하고 이에 편승하여 세력 싸움과 주지 싸움으로 청정 도량을 오염시키며, 종교 권력과 금권(金權)의 블랙홀(black hole)에 매몰되어, 끊임없이 이전투구하면서 불교의 신성성을 심히 훼손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 선출을 두고, 자격도 없는 일부 스님들이 본분사를 잊고 종권(宗權)에 도전하여 만신창이가 되는 데도, 선관위가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거나, 이러한 자격 시비를 아예 걸러내지도 못한다. 종권 도전자들이 토해낸 실제적 사실이거나, 또는 마타도어(matador)로 생산된 자료들은, 결국 매스미디어(mass media)에 무차별 노출되면서, 메이저(major) 특집 방송으로까지 확대되게 하고, 일반 대중은 물론 소중한 불자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크게 신심을 잃고 결국은 사찰에 발길을 끊는 현상이 발생하거나, 집안에서는 아예 사찰에 나가지 말라고 종용하는 현상까지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불교계에는 평생 소구소원이 총무원장 한번 해보는 것이 원이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도 웃픈 현상이다. 개혁 종단이라고 표방을 해도, 또는 종권이 바뀌어도, 어느 종단이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고, 귀의처가 되어야 하는 승단에는, 세간의 헌법과 같은 종헌 종법이 있고, 고래(古來)의 계율도 존재하여, 스스로 자정능력을 온전히 갖추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정법에 따라 모든 문제적 발생에 대하여 해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끼리끼리 패거리 문화양산의 병폐로 인하여, 눈멀고 지혜가 어두운 자들이 되어서, 도리어 이고득락의 구제대상인 중생들에게 사회법으로 해결해 달라며, 고소 고발로 판단을 구하는 행태가 난무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그래놓고도 선도 종단이라고 할 텐가  이런 부류를 일삼는 자들이 있다면, 그는 다만 진출가(眞出家) 자가 아닌, 그저 옷만 승복으로 바꿔 입고, 집만 절집으로 옮겨서 기생하는 것, 말고는 어떻게 더 설명할 수 있을까  더욱이 합법적인 의결기구인 종헌 종법을 다루는 중앙종회 의원들이 친목 집단을 이루어서, ○○회라는 간판으로 파당을 이루어 종회 내에 존재하고, 패거리 정치를 거리낌 없이 하는데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 이유는 더더욱 궁굼 하다.

이러한 패거리 문화를 가지고 종교정치를 하는 것은, 곧 파승가(破僧家)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 계율상 오역죄에 해당하는, 화합승(和合僧, samagga-samgha)을 파하는, 파승(破僧, samghabheda)행위와 무엇이 다를까  버젓이 정치 집단화 하고 이들 단체를 계승해가고, 이합집산하면서 세간에서 중생들이 해대는 파당 세력 정치를 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한 정치적 목적에 의한 집단들은 이미 자정능력이 없는 부류들과 같다.

불교의 종무행정상 정치는, 계율과 종헌종법에 의지하고 적용하여 집행하면, 더 이상 세간의 정치적 사상이나, 어느 패거리의 편익적 행위와 같은 것은 요구거리가 되지 않는 법이다. 출가 본분사를 오롯이 지닌 채 부단히 수행하는 많은 스님들의 수행풍토를 훼손하고, 훼불(毁佛)하는 행위를 즉각 멈추고, 출가의 본분으로 즉각 회귀하거나, 권력과 금권을 필요로 하는 세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조(佛祖)의 혜명이 계승된 신성성이 훼손되고, 불자들의 신심마저 병들게 하고, 불교를 망치고, 정법이 훼손되는 행태들을 벗고, 우리 다 같이 출가의 본분사로 돌아가야 한다.

출가자가 되어서 고작 업생(業生)들의 행태를 일삼아서야 되겠는가  다시 말하건대, 업종자로서 오온(五蘊)의 쌓임인 DNA(digital network architecture)를 청정하게 정화해야 하는 본분사를 망각하고 있다. 업생(業生)으로부터 벗어나 인격의 완성을 하는 것은, 업생의 원인이 되는 원인종자(原因種子)가 조속히 정화되어 불성이 발현되게 하는 것이 수행자의 본분사이다. 따라서 출가의 완성은 곧 계율의 완성과도 같다. 세간의 관습법과 질서유지와 윤리적 행위의 그물에 걸리지 않고, 여래의 종자를 키워가는 것이 수행의 요체이니, 따라서 석존께서 열반 시에 전하신 이계위사(以戒爲師)의 정신. 즉 ‘계로써 스승을 삼으라’ 하신 열반유훈을 봉체(奉諦)해야 한다. 이런 연고로 상좌부 불교에서는 삼장(三藏)을 말할 때, 율(律). 경(經). 론(論)이라 해서 율(律)을 가장 우선 순위로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