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스마트시대에 불교는 어떤 의미일까  한국불교는 이 화두를 깊이 통찰해야 한다. 가파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불교는 과연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종교의 가치도 변하고 기능도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 한국은 그야말로 변화의 물결이 출렁이는 난바다였다. 이른바 개화의 이념이 꽃피기도 전에 식민지가 되었고, 피를 토하며 광복의 기쁨을 외친 직후 극한 이념의 대립 속에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두 동강 난 나라는 세계열강의 갈등과 긴장이 조율되는 현장인 채 각자의 길을 달려 왔다. 따지고 보면 지난 한 세기 우리는 숨 쉴 틈 없는 변화 속에 흘러 왔고, 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한류의 위대함’을 증명해 왔다.

그 속에서 불교는 어떤 역할을 했던가  20세기 변화의 물결 속에서 불교 또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개화의시기에 불교는 조선 500년의 핍박 속에서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처지였지만, 새로운 문물의 시대를 껴안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다. 그리고 식민의 암흑기에도 불교는 더욱 중생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민족혼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 되고자 애썼다. 대승불교의 ‘자타불이 사상’과 ‘중생이 아프므로 여래도 아프다’는 유마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불교는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증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소위 ‘불교정화’라는 타력적인 질서의 재편이 불가피했고 급격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세상을 품어야 할 불교 본연의 기능은 점점 약해져 왔다. 1차 산업의 후진성을 극복하면서 2차 산업 사회를 짧게 겪고 3차 산업사회로 진입한 한국 경제는 다시 글로벌 첨단시대를 열었고, 이제는 다문화 다매체 다종교 시대 속에 안착하고 있지만 불교는 여전히 혼란과 갈등을 안고 있다.

이미 탈종교의 시대이고, 불교신자의 수는 눈에 보이게 줄어들어 마침내 소수종교의 영역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불교의 민낯이다. 세상을 품고 삶의 희망을 일깨워야 할 불교계가 스스로의 혼란과 갈등 속에서 세상의 질타를 면키 어려운 지경이라는 이 민망한 현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우리는 과거 한 세기 동안의 역사를 냉엄하게 복기하고 지금 이 땅에 불교는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가를 절체절명의 화두로 삼아야 한다.

한국불교의 위기를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은 기존 종단들의 제도와 수행풍토, 교육제도 등을 해부하고 거기서 대응책을 찾으려고 한다. 물론 틀린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원적인 곳에서 답을 구하려는 노력도 절실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한국불교가 귀 기울여야 할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부처님의 ‘전도선언’이라고 본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힘찬 어조로 정법을 널리 펼 것을 당부했다. 지금 한국불교는 전법의 사명을 다 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의 제자들이 홀로 험난한 곳을 찾아다니며 법을 전했던 그 정성을 본받지 않으면 한국불교에 희망은 없다.

정보의 홍수시대, 글로벌 다매체 시대라는 이 현상은 어쩌면 전법하기에 가장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시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역사 속 수많은 선지식들이 목숨을 걸고 구법의 일념을 불태웠듯이, 이제 한국불교는 전법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다양한 틀을 만들고 정진해 나가야 한다. 새롭게 창간되는 ‘불탑뉴스’가 그 전법의 새로운 역사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