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어록』은 설봉의존 스님의 어록을 기록한 <설봉진각대사어록> 전체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 선사는 ‘남(南) 설봉(雪峰) 북(北) 조주(趙州)’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말(唐末) 오대(五代) 시기의 중국 선을 대표하는 선승 가운데 한 분이다. 스님의 제자가 1,700명이라고 전해지는데 그 가운데 스님의 법을 이은 제자가 56명이다. 스님의 문하에서 선가5종 가운데 운문종과 법안종의 양대 종파가 배출되었다.
설봉의존 스님은 속성은 증(曾) 씨이고, 법명은 의존(義存)이며 호는 설봉(雪峰)이다. 복건성 천주 출신으로 12세에 포전 옥간사의 경현 율사에게 출가하였다. 세수 87세(908년), 법랍 59세에 입멸할 때까지 많은 제자를 기르고 법을 펼쳤다. 스님이 살았던 당나라 말엽은 큰 격변기였다. 중앙권력이 약화되어 황소의 난 등 민란도 크게 일어났고, 지방의 군벌이 일어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송으로 통일되기 전 오대(五代) 시대로 넘어가는 때였다. 또한 불교사적으로도 삼무일종의 법난 가운데 하나인 당 무종의 회창의 법난이 있었다. 이처럼 사회가 혼란하고 불교가 심한 탄압을 받는 와중에도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불법을 이어간 뛰어난 선승이 배출되기도 하였다.
후대에 설봉의존 스님의 언행을 기록하고 남긴 글을 모아 『설봉진각대사어록』이 편찬되었다. 『설봉진각대사어록』은 크게 3부분, 즉 상·하권 및 속집(續集)이 들어 있는 부록 등 크게 3부분으로 되어 있다. 상권에는 수행한 인연과 상당법어가 실려 있고, 하권에는 민왕에게 한 설법을 비롯하여 문하의 스님들에게 한 법문 및 게송 법어, 연보 등이 수록되어 있다. 부록에는 왕수(王隨)가 쓴 ‘복주 설봉산 고 진각대사어록 서(福州雪峰山故眞覺大師語錄序)’를 비롯하여 여러 후인이 쓴 설봉선사(雪峰禪寺)에 대한 게송 등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설봉진각대사어록』 전체를 우리말로 옮기고, 『조당집』 권7, 『경덕전등록』권16, 『오등회원』 권7에서 스님과 관련된 부분만 따로 간추려 옮겼다. 또한 어려운 불교용어와 중요한 인물에 대한 설명을 920여 개의 각주로 상세하게 풀이하고 있다.
설봉의존 지음, 청두종인 편역 / 담앤북스 512쪽 / 값 3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