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체를 질투하는 자는 없다. 악인의 시샘이 두드러지게 보이면 내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또 장애가 너무 없어도 그것은 크게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쉽고 편한 게 또한 가장 나쁜 방일과 노름이 아니겠는가.

◇ 이따금씩 울리는 종소리가 큰 종소리요, 가끔씩 포요하는 울음이 사자울음소리다. 가벼운 혀는 결코 큰 사람들이 지닌 혀는 아니다.

◇ 시간 속에서 영원한 사물은 아무것도 없다. 변한다는 이 사실 하나만큼은 영겁이 흘러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또 허망한 줄 아는 이 참 의식만은 해와 달이 운행해도 나이를 먹지 않는다.

◇ 얼마나 신앙생활을 했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성직(聖職)이 마음 상태보다 존귀한 게 아니다. 이런 것은 하나의 작은 껍질일 뿐이다. 정작 혼속에 얼마나 진리를 깨우쳤느냐가 정말로 크고 중요하다.

◇ 벌거벗고 나왔으니 아무리 잃어봐야 손해 볼 것도 없다. 허무하게 갈 터이니 아무리 모아봐야 득 될 것도 없다. 노력에 힘을 쏟아도 수양인은 사물을 이같이 보는 장원(長遠)한 지견을 마음속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 고뇌로 가득 찬 게 범부의 내면이다. 마음 항복받는 법을 모르면 누구라도 종신토록 괴로움과 싸워야 한다.

◇ 어차피 결국 한 줌의 재가 될 몸이다. 삶에 무엇을 그리도 두려워 할 것인가  수행자의 담력은 본질을 바로 보는 이런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 옷도 낡으면 갈아입을 수밖에 없다. 세포는 명이 있기에 사라질 뿐이다. 어차피 시작이 있으면 종점이 있고 생이 있으면 또 사(死)가 있다. 또 생에서 죽음이 나오고 죽음 속에서 또 다른 생이 틀을 바꿔 시작될 것이다.

◇ 모정과 같은 순수한 사랑을 자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사랑은 마음 안에 따로 볼 두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아(彼我)의 구분이 사라질 때 진정한 자비가 흐를 수 있다.

◇ 돈은 욕심으로 벌지만 진리는 의문으로 깨치는 것이다. 그래서 가진 게 많으면 탐욕이 심하고 혼이 밝으면 구도심이 깊은 것이다.

◇ 누구든지 사특한 것을 즐기면 복잡한 일이 따라붙는다. 눈이 흐리면 보이는 대상이 어지럽고 혼이 흐리면 세상일이 번거로워진다.

◇ 마음이 조급할 땐 의식 안에 커다란 구멍이 바로 뚫린다.

◇ 지혜를 배우는 것처럼 확실한 소득이 없다. 재물은 쓰면 고갈되지만 한번 얻은 지혜는 영겁을 두고 세세생생 유효하게 쓰는 혼속의 큰 보물이기 때문이다.

◇ 미래의 진단은 추세의 살핌보다 밝은 것이 없다. 단절된 토막으로는 머리 밝은 천재도 전개되는 실상을 예견 못한다.

◇ 만사는 관심이 없으면 알지 못하고 행동이 없으면 얻지 못한다. 관심은 집중을 요하고 행동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 잡음과 소음을 잘 정복하는 방법이 있다. 모든 소리를 자연음으로 받아들이고 고귀한 천연음악으로 생각하라! 왠만한 소음쯤은 그 혼을 괴롭히기가 어렵다.

◇ 의식은 어디에 집중해도 바로 고요해진다. 또 모든 지혜는 고요함을 거쳐서 나오는 산물이다.

글 불지수련회 원장 德林 송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