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 임산부석은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3년 일부 노선에서 시범 실시하였다. 그러다가 2016년 1월 들어서는 1호선에서 8호선까지 확대가 되었고 지금은 전 노선으로 확대되었다.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복잡한 지하철에서 임산부가 힘들지 않도록 배려하자는 취지로 서울시가 진행을 하였다. 그런데 이 정책에 반발이 만만치가 않다. 사실 지하철 한 객차 내에서 노약자석은 있다. 그것도 한 객차 안에 12명이 앉을 수 있는 노약자석이 객차 연결 부분에 다 있다. 연결 부분에는 3인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2개씩 양쪽으로 있다. 그래서 임산부석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일반 이용자들이 기존 노약자석 이용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에 무척 반발을 하였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임산부 배려석 뿐만 아니라 노약자석은 정말 존재해서는 안되는 자리가 맞다. 대중 교통은 택시와 다르게 비용을 차별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평등하게 지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 교통 내의 좌석은 먼저 온 사람이 앉아서 갈 수 있다. 같은 요금에 같은 혜택인 것이다.

그렇지만 냉정한 자본 논리 이전에 사회를 유지하는 공공 및 공익성 차원에서 교통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 되어 지하철이나 도시철도에 ‘교통약자의 이용편의 증진법’에 의거하여 그 옛날에는 경로석, 그 다음에는 노약자석, 지금은 교통약자석으로 이름을 바꾸어 운영을 하고 있다.



특히나 2010년대 들면서 세대간 갈등이 터져 나오고 정치와 이념 부분에서 청년들과 노인들이 심각하게 대립하고 남혐 및 여혐 갈등도 심해지면서 노약자석 뿐만 아니라 임산부석도 덩달아 몰매를 맞고 있다.

모 신문기사에 따르면 노약자석보다는 임산부석에 대해서 발생하는 민원이 많다고 한다. 2017년 11월에 특히 민원이 많이 폭주했는데 아마도 날씨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자면 끝이 없다. 부처님 가르침에 대자대비가 왜 있겠는가. 기실 약자를 배려하고 불편한 사람을 돌보는 것은 부처님의 자비심이고 불가의 기본이 아니던가. 또 정철의 옛 시조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 주오”를 통해 우리 민족은 여유와 배려를 몸소 보여주지 않았던가.

교통약자석이나 임산부 배려석은 단순히 편의를 봐 주고 말고가 아니다. 그 좌석들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마음 하나하나 또 마음 깊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비단 새 생명을 가진 임산부 뿐만 아니라 교통 약자도 우리 사회가 품고 보듬어 우리 속에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에 “왜 ”라고 토를 다는 것 자체가 불경이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우리 마음도 그 깊이가 커질 것이다. 부처님께서 왜 불살생을 논하셨는가. 불살생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다. 이 세상에 태어날 그리고 태어난 생명은 모두 그 자체로 소중하다. 나이, 외모, 능력, 출신 등으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모두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래서 노약자석과 임산부석에 대해서 불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손은석 / (주)한메소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