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삶에서 존재와 사유 언어는 나뉠 수 없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계(戒)․정(定)․혜(慧)의 세 가지 배움[三學]은 이런 연기론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고, 이의 중국 종파불교적 반영이 선(禪)․교(敎)․율(律)이다.



이런 뜻에서 참으로 선의 종지[禪宗]로 살아온 수행자나 종사라면 선(禪)을 말하면 경전의 가르침[敎]과 비나야[律]를 거둘 수 있어야 하고, 아직 여래의 가르침을 못 깨친 수행자는 늘 참회하고 발원하며 여래의 가르침을 거울삼아 자신의 일상을 이끌어 가야 한다.

이른바 선종과 조사선의 법통이 세워진 뒤 선종의 종파 이데올로기로서 가장 해독을 끼친 언어가 교외별전(敎外別傳)이다. '교외별전'을 말만을 좇는 문자법사의 병통을 깨는 방편어로 이해하면 큰 허물이 없지만, 이를 그대로 맹신하고 가르침에 맞지 않는 선의 지견을 교외별전으로 포장하는 것은 여래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며 붓다와 조사께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반야경의 가르침에 의하면, 반야가 제법실상을 바로 깨쳐 삼세를 한 생각에 바로 뛰어 넘되 삼세를 거두는 돈오법이다. 경교의 뜻과 다른 것을 조사선으로 포장하는 것은 여래의 바른 법바퀴를 비방하는 것으로 큰 죄업의 과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가르침에 따르되 깨달음의 실천으로 가르침을 지양할 때 가르침은 이제 자기 깨달음의 검증이 되고 역사에 나아가는 나침반이 된다. 편역자인 학담은 『금강경천태소(金剛經天台疏)』를 발간한 후, 불교철학 불교 수행관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아함(阿含) 반야(般若) 유식(唯識) 여래장(如來藏)의 불전을 선(禪)의 실천적 종지를 토대로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팔천송반야경(八千頌般若經)』을 새롭게 간행하게 되었다.

범부중생으로서 다행히 선법(禪法)을 만나고 여래의 수트라를 만난 우리들은 오직 하루하루 과오와 죄업을 참회하고 큰 원을 일으키며 여래의 큰 은혜 갚기를 서원해야 할 것이다.

‘죽은 자를 살려야 죽은 자를 보고, 산 자를 죽여야 산 자를 본다’고 했던가. 옛 조사의 이 공안을 오늘의 현성공안으로 삼아야 시대 불교의 새로운 앞길이 열릴 것이다.

학담 편역
도서출판 푼다리카
752쪽 / 값 3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