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결혼식 덕분에 강릉과 속초를 갔다 왔다. 오는 길에 고속도로가 많이 막힐 듯 하여 미시령을 넘어 인제-홍천-양평으로 이어지는 국도로 돌아 왔다. 서울에서 춘천을 거쳐 방태산을 지나 양양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생긴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국도변에 그렇게 차가 없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바이크 투어 다니던 시절, 아무리 비수기라도 차량이 많았었고 미시령 터널 생길때 일 때문에 속초 자주 오가던 시기도 차량이 많았다. 그런데 2019년 3월 말, 속초에서 미시령을 통해 인제와 홍천 접경지역까지 오면서 주변 상권들을 보니 정말 처참하다. 오가는 차량이 예전에 비해 매우 크게 줄었다. 그나마 올해까진 버티겠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엄청날 것이다.

보통 상권은 수요자인 소비자들이 많이 가는 권역을 뜻한다. 홍천과 인제 도로변의 상권은 고속도로 개통 이후 엄청나게 변했다. 양평과 홍천 그리고 인제와 양구를 지나 속초까지 이어진 이 도로상권의 변화에 상인들은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었으며 또 직접적으로 어떻게 행동했을까.

운전 중에 잠시 생각을 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하면서 위기는 없었는가." 20세기 오프라인 시대를 넘어 21세기 온라인 시대가 도래했는데, "온라인 시대"라고 하여 "온라인 쇼핑몰"이 잘 되기만 하고 위기 상황은 없었는가. 매년 온라인 거래액이 최고치를 갱신한다는데, "온라인 쇼핑몰 모두" 잘 되고 있다는 뜻인가.

사실, 양평에서 시작하여 속초까지 이어지는 도로 상권에 자영업자 입장에서 딱히 대책이라고 할 게 별로 없다. 만약 진행한다면 IC를 자기 가게나 지역 상권 근처로 유치하거나 무슨 문화단지를 조성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대관령의 영동고속도로 옛길이 새 도로 개통으로 바뀌자 대관령 휴게소는 직격탄을 맞았다.

미시령 터널이 개통되면서 미시령 고개 정상에 있던 휴게소 역시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대관령 휴게소는 살았고 미시령 휴게소는 폐쇄되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물론 도로 접근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대등한 비교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대관령 휴게소의 생존 전략과 방향을 보면 상권 변화에 대처하는 기본 자세를 연구할 수 있다.

오프라인 시대보다 온라인 시대가 더 치열하다. 그 이유는 "상권 개념" 차이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상권이 사람들이 많이 지나 다니거나 모이는 길목, 혹은 폭넓은 개념의 시장을 뜻한다. 따라서 상권 내에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에 있으면 그 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불하는 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의 상권 개념이 다소 차이가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채널" 자체도 상권 내에 존재하는데, 온라인에서는 "채널"도 매우 다양하다. 오프라인에서는 인지도와 상권 내 위치가 대등하거나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인지도와 상권 내 위치(그 중에는 온라인 서비스의 도메인 길이나 이름도 포함할 수 있다) 차이가 매우 심하다.

온라인 시대는 오프라인 시대보다 더 급격하게 변한다. 양평에서 속초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된 사건은 온라인에서 보면 PC의 웹 상태에서만 접속하다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이동형 단말기까지 확대된 사건과 같은 아니 어쩌면 더 큰 파급력을 가지는 사건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오프라인 변화보다 온라인 변화는 따라잡기가 쉽다. 오프라인에서는 잘 나가는 상권 옆으로 이전하거나 독특한 상품으로 유혹하는 전략 뿐인데, 온라인에서는 주로 기술적 진보에 대해서 추격하여 적용하면 변화를 그럭저럭 따라잡을 수 있다.

이때 고민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저 고속도로는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 온라인 상에서 이 기술은 과연 얼마동안 고객을 이끌어 줄 것인가"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다. 향후 계속 모바일 기술이 발전할 것이고 앱 혹은 모바일 웹이 우위를 점할 것이다. 하지만 그 우위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언젠가는 또 바뀔 것이다.

예전에는 양평에서 홍천까지 꽤 걸렸는데 지금은 고속도로로 2시간 이내로 단축되었다. 앞으로 고속도로가 아닌 기차로 움직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나은 기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때는 어떻게 우위를 점할 것인가. 온라인 시대에도 그러한 변화가 오면 어떻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 시사점이 크다.

손은석 한메소프트 대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