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가 9월 28일 치러진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원로회의에서 불신임 결의를 인준하자 지난 달 22일 긴급회의를 갖고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일’을 9월 28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설정 스님은 그간 사유재산 취득과 은처자 의혹으로 종단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해 왔다. 조계종 원로 설조 스님이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왔고 재야단체는 조계사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을 벌여왔음에도 설정 스님은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한 채 변명으로 일관해 온 것이다. 그러면서 권력의 막후 실세로 지목되는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정면 충돌 의지를 불사르자 급기야 중앙종회가 설정 스님에 대해 불신임 결의를 함으로써 강제 퇴진을 이끌었다. 원로회의는 또한 이러한 종회의 불신임 결의안을 인준해 설정 스님의 퇴진에 확실한 못을 박았다.

 9월 6일 현재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는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 전 중앙승가대 총장 원행 스님, 전 총무원 총무부장 정우 스님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외에도 추이를 지켜보며 전 호계원장 일면 스님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장 후보자의 출마 자격은 승랍 30년, 연령 50세, 법계 종사급 이상의 비구로 중앙종회의장, 호계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을 역임하거나, 교구본사 주지 4년, 중앙종무기관 부실장급 이상 종무원 2년 이상 재직, 중앙종회의원 6년 이상 재직, 각급 종정기관 위원장 역임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후보들은 법이 정한 자격규정에 하자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추된 종단의 위상과 승가의 위의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으로 남는다. 제도권에서 소임을 산 이력은 풍부하나 남다른 개혁의지가 있는 것으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려를 사는 것은 이번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늘 그래왔듯 조계종은 선거 이후 후유증에 시달려온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금권선거와 공정선거 훼손 등의 행위가 다발적으로 발생해 소송으로 이어진 것도 다반사다.

 조계종은 이번 만큼은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선거인단 또한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거나 금권선거에 놀아나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종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실추된 위상을 하루빨리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후보자를 골라 총무원장으로 추대해야 지금의 갈등과 대립을 불식시킬 수 있다. 출가자는 무릇 권력의 구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출격대장부가 무엇인가. 깨달음을 추구하는 용맹정진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불의와 부패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더 이상 정치 승려들의 권력게임에서 상처를 받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눈푸른 납자들이 감시자가 되고 강력한 비판 세력이 돼야 한다. 이번 선거는 이를 가늠하는 아주 중요한 기점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조계종 총무원장은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다. 중앙종회의원 75명 각 교구선거인단 240명 등 최대 321명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각 교구에서 선출하는 선거인단 선거도 총무원장 선거 못지않게 그 선출방식과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권력자의 의도대로 교구장이 입맛에 맞는 선거인단을 일괄적으로 지목해 뽑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국민과 종도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어쨌든 조계종은 한국불교의 장자종단이다.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국민도 불교에 의지하고 희망을 의탁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깨끗한 선거를 통해 환골탈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