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했던 한국이 겨울엔 한파, 여름엔 폭염으로 변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이라 말하기가 무안한 감이 있다. 이렇게 날씨가 극단적으로 변하니 사부대중들의 휴가도 사뭇 다양하게 변했다.

겨울은 따뜻한 나라를 찾아서 간다. 멀리 인도네시아 발리나 태국,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가거나 필리핀, 대만, 홍콩, 상하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작년까지 핫이슈였던 일본도 겨울에 찾기 좋은 나라였다. 물론 한국엔 제주도가 있고.

이제 여름이 왔다. 6월은 다행히 하늘도 화창하고 공기도 맑아서 여름 시작 치고는 매우 훌륭했다. 그렇지만 7월과 8월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시기가 되었다. 30도를 넘는 낮기온보다 20도를 훨씬 넘는 밤기온에 사람이 녹초가 된다. 열대야(熱帶夜)에는 우스개 소리로 열 대야 물을 써야 한다고 말할 정도가 아니던가.

물론 여름도 해외로 휴가를 갈 수 있고 또 많이들 가신다. 겨울에 따뜻한 나라를 찾아갔다면 여름은 시원한 나라로 가야한다. 우리와 반대인 남반구 국가들이 7월과 8월에 겨울이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뉴질랜드와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칠레, 아르헨티나. 이렇게 쓰고 보면 가까운 동남아와 일본에 비하면 너무 먼 곳이다.

10년 혹은 20년 전에는 7월 말 8월 초가 “거의 전국민 휴가 기간”이었다. 그래서 매년 7월 말과 8월 초에 전국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인산인해에 정체와 체증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었다. 2004년 8월 초에 강원도 속초를 갔다올 일이 있었다. 그때는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도 없었고 심지어 미시령 터널도 없던 때라 인제에서 속초로 가려면 미시령이나 무척 험한 한계령을 넘거나 아니면 북쪽으로 진부령 남쪽으로 구룡령을 넘어 가야 했다. 갈때는 진부령으로 갔고 올때는 미시령 통해서 넘어왔는데, 미시령 초입에서 정상 휴게산장이 있는 곳까지 차들이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갔다.

아아, 진정 여름은 대안이 없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꼭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산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어쨌건 한국의 절들은 모두 경치 좋고 깊은 산중에 있다. 일부 한두 군데 시내에 있는 절을 빼면 스님들이 세속을 벗어나 수양하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여름 산은 바닷물 속만큼이나 시원하다. 계곡물에 탁족을 해 보신 분들은 “뿌리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어떠한지 말 안해도 잘 알 것이다. 한국의 산사에 바로 그 느낌이 있다. 우리 눈에 익숙한 자연이 있고 산이 있는 곳에서 쉴 수 있으니 장사도 이런 남는 장사가 없을 것이다.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방문하면 좀 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다. 한국의 불교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고 싶으면 템플 스테이를 권하고 싶다. 산에서 수양만 하던 불교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불교도 신자와 소통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꼭 템플 스테이를 할 필요는 없다. 잘 알겠지만 절에는 절 나름의 규칙이 있다. 기상 시간, 공양 시간, 그리고 참선 등등. 꼭 그런 과정을 따라하고 싶다면 템플 스테이를 해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절 근처 펜션이나 숙박 시설을 이용해서 머무를 수도 있다. 강원도 오대산의 정기를 느낄 수 있는 월정사도 있고 강화도의 바닷바람을 탐할 수 있는 정수사, 전등사도 있다. 속리산에 가면 법주사도 있고 구례에 화엄사도 있다.

수행 불자가 아니더라도 산사를 방문하여 피서도 하고 마음도 쓰다듬고 온다면 오가는 시간을 줄여서 여름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자, 빨리 가고 싶은 산을 검색해서 그 주변에 무슨 절이 있는지 찾아 보자.

손은석 / 한메소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