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무섭게 쏟아지던 장대비가 그치고, 맑은 햇살이 얼굴을 내민 8월의 마지막 날. 도선사 석불전에서는 2019학년도 수능100일기도의 스물 네 번째 기도가 시작되고 있었다.

기도에 앞서 “우리 구호 한번 외치고 시작할까요 ”하는 집전 스님의 말에 불자들이 함께 “관세음보살님, 사랑합니다!”하고 외쳤다.

스님이 관세음보살님인양 슬며시 웃으며 “말로만 ”하자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웃음이 터졌다. 한 스님의 노력( ) 덕분에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로 기도가 시작됐다.
지난 8월 8일 입재한 2019학년도 수능100일기도는 기록적인 폭염에도,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에도, 그리고 장마보다 더한 기습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간절함을 이어나갔다.



“관세음보살 큰 자비로 인생의 큰 갈림길 앞에 두고 있는 저희자식, 시험기간 장애 없이 지혜총명 심신안정하길 바라옵고, 수능시험 고득점에 희망대학 희망학과 우수성적 무난합격 이뤄지게 하옵소서.” 스님의 목탁과 기도소리에 맞춰 경전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도 있고 자녀의 사진을 붙여 오거나, 스마트폰 속에 저장된 자녀의 사진을 보며 기도하는 이들도 보인다. 기도가 시작되고 한참 뒤, 석불전 계단을 헐레벌떡 뛰어올라오는 한 불자의 얼굴이 일그러져있다.

무슨 사연으로 늦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도에 늦은 것이 행여나 내 아이 공부에 영향을 미칠까 안절부절 하며 흐르는 땀도 닦지 못한 채 자리를 잡고 삼배를 올리는 두 손이 애처로웠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마음 졸이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별도 달도 따서 자식 주고 싶은 그 마음, 석불전 관세음보살님이 두루두루 어루만져주고 안심시켜 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