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절에서나 불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교달력은 수려한 사찰의 풍경이나, 한국의 사계절, 천진난만 동자승, 이름있는 작가의 서화 등으로 보는 눈을 쉬게 하고, 각종 재일과 불교 행사 등으로 보는 이에게는 절기와 일정에 대한 정보를 주고, 달력을 만드는 사찰로서는 신도들에게 사찰의 홍보와 일정을 알려주고 동참을 요구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유난한 폭염을 넘기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때 가장 바빠지는 불교 업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다음 해 달력을 만드는 달력업체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사실 달력 제작은 년 중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가야기획 김경태 대표는 ‘각 사찰이나 단체에서 보통 매년 동짓날을 기준으로 각 사찰의 행사일정에 따라 신도들에게 다음 해 달력을 나눠줍니다. 그리고 달력 준비 작업은 신년 1월이 돌아오면 새로운 달력을 위해 원고(사진이나 선화 등)를 섭외하고 디자인을 준비하여 7월경이 되면 샘플과 팜플렛이 준비됩니다. 그리고 8월에서 12월까지 주문을 받고 배송까지 완료” 된다고 달력제작 일정을 말한다.



김 대표는 1981년부터 충무로에서 달력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달력 주문량이 상당해서 달력시장은 호황이었다. 그러던 중 불자 집안으로서 타 종교 달력에 비해 좀더 나은 불교 달력을 만들겠다는 원을 세우고 1994년 불교 달력을 전문으로 하는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김대표는 ‘기존의 간단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작가의 사진과 한국불교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들로 특화하고 싶었고 그렇게 5종류의 신상품으로 시작했다’고 그 당시를 회상한다. 이렇게 불교달력을 시작으로 드디어 1998년 견지동에 ‘가야기획’이라는 상호로 불교달력과 출판, 불교용품을 전문으로 하는 불교기획사를 오픈하게 되어 지금까지 20여년을 한 일에만 오롯이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파주에 자체 제작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양 사무실에서는 디자인과 영업 등을 분담하여 진행하고 있다. 향후 가야기획의 미래에 대해 김대표는 ‘달력에 있어서는 특화된 이름있는 작가의 작품을 발굴하는 것과 현대화된 디자인에 주력할 것이고 불교상품 중에서는 육법공양 관련 용품들에 대해 친환경 소재로 디자인 또한 현대화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그리고 연등에 대해서는 기존 틀에서 변화된 다양한 소재와 색감을 살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불교 일을 하시는 분들이 항상 신용거래에 대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상생의 마음으로 신용거래 환경을 서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힌다. 신용거래가 정착되어야 업체는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불교달력 시장은 년 500-600만부 정도의 규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각 업체들은 매년 신상품을 개발하고 경쟁하며 상생의 노력으로 불교달력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각 업체들은 올해에도 추석을 전후하여 달력제작의 가장 바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입추, 처서가 지나 아침 저녁 찬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서너장 남은 이번 달력을 들춰보고 지난 일들의 추억을 더듬고 남은 일들을 잘 준비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