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중에는 잡혀서 감옥에 가는 놈이 생기고, 그것을 풀어주어서 사랑을 베푸는 자가 생깁니다. 그러나 형(刑)이 형이 아니고, 살(殺)이 살이 아니기 때문에  '형기무형(刑期無刑)이고 살이지살(殺以止殺)이다' 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형(刑)은 형을 없애게 하는 도구이고, 죽이는 것은 죽이는 것을 그치게 하는 방법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그 형이 교도소, 구치소, 감호소로 확대하고, 살이 지역, 당파로 바꾸어졌다가 국가 내지 사회전으로까지 번져가고 있으니 이것은 사람의 지혜가 역(逆)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설사 도를 닦아 반야의 지혜에 이르고 무위자연(無爲自然)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허무주의에 빠지고 단공(但空)에 이르면 묘유(妙有)를 알 수 없고 천하만물이 계절의 아픔 속에서 꽃 피고 열매 맺는 이치를 알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화엄경은 금강신장을 중심으로 하여 물⋅불⋅바람 신등 지상의 19신장과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등 허공의 8대, 4천왕 신앙이 싹트게 되고 마침내는 색계, 무색계, 천당의 논리까지 나옵니다. 사람은 혼자 잘나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는 부모를 의지하여 태어나지만 태어나고 나서는 형제, 친구, 집단이 있듯이 하늘과 땅, 해와 달, 산과 물이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들에게 받아 온 감사한 마음을 다시 이 세상에 베풀고 가는 것이 인간의 도리요, 자비며, 박애인 것입니다.
 
플라톤의 법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면서도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운 자는 배우지 못한 자를 가르치고, 있는 자는 없는 자를 먹여 살려야 합니다. 이러한 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중생들에게 교육이 없이는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교육은 가르침입니다. 초등학생들이 곱셈 뺄셈만 가지고는 직사각형의 원리와 우주의 넓이, 부피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가로, 세로를 계속 재게 하여 그 넓이를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해와 달의 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영실이 해와 달, 별들을 바라보고 측우기, 시계까지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절에서는 밥을 먹을 때 “한 방물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숨어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음식을 먹고 건강을 유지하여 사회대중을 위하여 봉사하겠습니다” 하는 공양게(供養偈)를 외웁니다. 음식을 먹어 그로부터 영양을 섭취하는 것은 자연의 논리이지만 그 음식이 어디서부터 와서 어떻게 요리되어, 어떻게 소화되고 있다는 이치까지 알면 더욱 더 그 음식이 복되고 값어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집경 염불삼매분 제9에 있는 글을 중국사람들이 자기네들에게 편리하도록 11가지만 뽑아 보왕삼매경론이라 이름하고 유통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