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화권 배우 주윤발(저우룬파. 63세)이 자신의 전 재산 8000여 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 금액이 많음도 놀랍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검소한 삶의 자세에 더 큰 울림을 받게 된다. 그는 “아무 것도 갖고 갈 생각이 없다. 먹을 것이 있고 살 곳이 있다면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자 연의 섭리인 생로병사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알려진 검소한 생활 또한 진리 를 터득한 성인의 삶을 보여주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인이 바로 그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주윤발의 전재산 기부 뉴스를 접하며 우리 불교의 사유재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에 대해 논한 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의 영역에서도 엄연히 재정은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된다. 승가 공동체의 기본 정신은 공유이며, 모든 시주물 역시 삼보정재(三寶淨財)로 승가 공동체의 운영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통이다. 신도들이 시주하는 모든 공양물이 삼보정재이며, 이러한 바람직한 전통에도 불 구하고 계속되는 불교계 삼보정재 관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종단의 투명한 재정을 저해한다는 사설사암의 증가 문제는 그 필요성에서 기인한다 고 할 수 있다. 사설사암은 창건주의 권한을 승계하거나, 개인 포교의 원력으로 창건하거나 하는 것에서 그 증가의 원인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 근원적인 이유는 공찰에 비해 적은 분담금으로 종단 명칭을 사용하고 선거권도 보장된 혜택을 받으며 평생 재산권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종단 차원의 승려 노후복지를 여전히 믿지 못하는 것도 한 몫을 한다는 사실이다. 종단의 계속되는 승려 노후복지 확대에 대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편을 통해 사설사암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이다. 담당부서는 노후복지 정책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과제도 중요하 지만 삼보정재의 사용에 대한 정확하고도 투명한 관리감독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지난번 발생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담당 직원의 공금 횡령 건도 이러한 불신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금액도 문제지만 수년 간 이어진 횡령사건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는 점에서도 기본적인 재정 감사에 대한 관리 감독이 얼마나 부실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불교복지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 뿐만이 아닌 종단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관련 점검이 필요하며, 문제가 발생하고 처리된 결과에 대해서도 정확한 보고 및 확인이 정례화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삼보정재에 대한 바른 이정표를 만드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올해 1월 입적한 현성 스님(前 도선사 조 실)은 평생 청소년, 군장병, 재소자 포교에 앞장서 온 불교계의 큰 어른이다. 큰스님은 가시는 마지막 회향에도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거액을 보시해 큰스님의 모범을 몸소 보여주셨다. 이런 귀감은 한국불교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런 전통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불교 본연의 바른 역할을 사회에 큰 울림으 로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신도들이 마음을 다해 시주한 공양물이 바르게 쓰이는 도인의 모습을 보여주신 현성 스님과 영화 ‘영웅본색’의 주윤발 배우가 팬들이 준 돈은 그대로 팬들에게 돌려준다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진정한 ‘영웅의 본색’ 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