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공동체의 최소 단위입니다. 이 공동체가 잘 발전할 때 사회, 국가 등 나아가 인류 공동체가 상생합니다. 20세기의 산업화, 21세기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가족이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화로 가족들이 대도시와 산업현장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서로 떨어져 살다보니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자기가 생 활하는 공간을 따라 다른 가치관이 부여되게 됩니다. 그리하여 하나의 공동 관심사를 가지고 정서를 공유하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따르고 그 결과 가족이 붕괴되고 부부간 갈등이 심화되어 이혼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자녀들은 큰 고통을 받습니다. 부부와 자녀에 관한 불교의 관점은, 가족 참 살림을 이루는 바탕을 마련해 줍니다.

불교는 가족 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볼까요   불교적 가치는 생명이 분출되는 입장에서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 체득하고 구성원들까지 친밀, 친절,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건전한 사회, 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연기법을 종적(縱的)으로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수많은 생을 거쳐 연기의 결과로 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가족과 이웃을 대하면 저절로 우량가족이 됩니다.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 부부관계, 부모자녀 관계가 중요합니다.

불교 경전 중에도 승만경, 옥야경, 선생경 등에서 가족 간에 관계를 구체적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남편에게는 이러한 말씀을 하십니 다. “선남자여, 아내는 최상의 친구이니라. 남편은 다섯 가지 일로 아내에게 도리를 다해야 한다. 첫째, 처자를 어여삐 여긴다. 둘째, 아내를 업신여기지 말고 불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실천한다. 셋째, 아내에게 장신구를 선물한다. 넷째, 아내가 집안에서 편안함을 얻게 한다. 다섯째, 아내의 친족들에게 잘해준다.” 이것이 중아함경에 있는 ‘선생경’에 나오는 가르침입니다. 아내는 최상의 친구라고 했습니다. 친구는 오랜만에 봐도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서 편안합니다. 그래서 만나면 반갑고 기쁩니다. 세간 출세간을 하나로 보고 깨닫는 것이 최상승법입니 다. 남편과 아내가 기분 나쁘면 아이들에게 금방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가 집에 들어와 가방을 내던지며 학교가기 싫다고 하면 “뭐라고! 그럼 나가!”하면서 체벌과 욕설을 하는 집과 아이 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집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 불량 학생은 많은 부분는 부모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아내가 남편에게 해야 할 일들도 경전에 쓰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옛날이라서 아내가 남편에게 해주어야 할 항목 수가 훨씬 더 많습니 다. “아내는 남편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며, 남편을 공양해야 하고, 남편을 항상 생각해야 하고, 남편의 할 일을 챙겨야 하고, 권속을 잘 거두 어야 하고, 남편에게 말을 성실하게 해야 하고, 남편이 늦게 귀가할 경우는 문을 잠그지 않고 기다려야 하며, 깔끔하고 맛나고 풍족한 음식을 만들어 공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옥야경에 보면 아내의 종류를 7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어머니 같은 아내, 누이 같은 아내, 선지식 같은 아내, 며느리 같은 아내, 하인 같은 아내, 원수 같은 아내, 목숨을 빼앗는 아내, 이렇게 일곱 가지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적어도 맨 뒤의 두가지가 되어서는 안 되겠죠. 그리고 부모가 자녀에게 해야 할 다섯 가지도 있습니다. 첫째, 사랑으로 돌본다. 둘째,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준다. 셋째, 자식이 빚더미에 올라앉지 않도록 한다. 넷째, 혼기에 맞춰 결혼시킨다. 다섯째, 갖은 재물을 기꺼이 물려준다.

부처님께서는 “나의 가르침은 처음도, 중간도, 끝도 모두 좋다”고 했습니다.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 부처님 가르침으로 화목한 가족의 삶을 영위해 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