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고의 노력끝에 밀납주소기법 찾아내 에밀레종 천년의 소리 완벽 재연"

대한민국 최고의 명장이자 제112호 주철 장 중요무형문화재인 성종사 원광식 종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그의 인생을 관통한‘ 종’ 장인으로서 철학에 관한 문제가 다가왔기 때 문이다‘.

 혼을 담아 천년의 소리를 만든다’는 신념을 지키며 종을 만들어 왔지만 앞으로는 ‘천년의 소리를 뛰어 넘는 소리’를 만드는 과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철장의 길에 들어선 첫 인연에서부터 오 늘날 중요무형문화재 명장의 자리에 오르기 까지 지켜 왔던 장인정신에 만족해선 안된다. 오히려 지금의 나 자신을 뛰어넘는 새로 운 차원의 뉴 장인정신을 펼쳐야 미래의 비 젼을 제시 할 수 있다. 그래야 명장의 삶을 회 향하게 되는 것이다. 원광식 종장은 8촌 형이자 성종사 1대 원 국진 대표에게 주물일을 처음 배웠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 공장이 어려움에 처하자 당 시 500만원의 큰 금액을 구해 성종사를 인수 하였다. 젊은 나이 31세로 큰 꿈을 가지고 모 험의 길에 몸을 싣고 2대 대표가 되었다. 인 생에는 항시 굴곡이 존재한다. 종장에게도 어 김없이 그의 인생이 뒤집힐 만큼 중대한 사 고를 겪기도 하고,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했 다. 특히 그를 변화시킨 대 사건이 발생하였 는데, 이 사건으로 인하여 종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느 날과 같이 100 관 짜리 종을 제작하기 위해 쇳물을 녹이던 중 1200도가 넘는 쇳물이 폭발하면서 그의 눈으로 튀어 들어갔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 지만 실명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눈을 제거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심이 깊었던 종장은 모든 것을 부처님 뜻에 맡기고 눈을 제거하지 않고 묵묵히 생활해 나갔다. 부처님 의 가피 덕인지 오른쪽 눈은 시력을 찾지 못 하였으나 왼쪽 눈은 시력에 문제가 없이 치 료가 된 것이다. 당시 충격으로 절망과 원망 을 안고 고향에 내려갔으나, 맑은 종소리는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못했다. 결국 1년 만에 다시 종 만드는 현장으로 돌아올 수밖 에 없었다.

천직이었던가 보다. 절망을 뛰어 넘는 종에 대한 열정과 꿈이 그를 다시 장인 의 길로 이끌어낸 것이다. 그가 종장으로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건 수덕사 종을 만들고 나서다‘. 삼라만상 모 든 중생의 번뇌를 녹여주는 맑은 소리의 종 을 만들겠다.’ 수덕사에서 1년간 머리를 깎 고 스님의 삶을 살았다. 타종식 때 들은 종에 대한 마음의 울림을 되새기며 매일 새벽 계 곡물에 몸을 씻은 후 작업에 들어갔다. 번뇌 를 씻어내는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이렇게 해 서‘ 종소리가 30리를 간다’는 수덕사의 종을 완성하게 되었다. 이후 종장은 전국적으로 알 려지면서 범종 제작사로서 명성을 얻어 나갔 다. 그러나 항상‘ 천년의 종소리 재현’이라는 꿈을 채우기에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 했다. 소리의 비법을 찾기 위해 일본으로 건 너가 일본에게 빼앗긴 신라시대 종을 복제해 주물기법으로 복원하였다. 그러나 애석하게 도 천년의 소리 신라종 울림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실패했다. 이후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 다. 그리곤 마침내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밀납주조’가 최고의 비책임을 알아냈다. 이 에 따라 밀납주조기술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했으나 국내외 어느 문헌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은 스스로 만드는 방법 이외 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종을 만들고 부수기를 수십 번, 밀납주조비법의 비밀을 캐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천 년 전 전통 밀납주조기법을 찾아 현대화 하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종장의 천 년의 소리에 대한 집념이 이룬 쾌거였다. 밀 납주조기법은 사형주조기법보다 5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섬세한 문양과 기포 없는 깨끗한 종을 만드는데 최고의 주조기법 인 것이다. 이후 종장은 신라의 상원사종, 선 림원종, 고려의 내소사 종 등 옛 종을 복원 복 제하였다. 결국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 한민국 명장’의 칭호를 받게 되었고 2001년 그의 나이 59세 때 장인 최고의 명예인 중요 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 기능보유자로 지 정되었다. 시대는 변화한다. 기술도 시대에 맞추어 변화한다.

종장은 선조들의 훌륭한 기술을 토 대삼아 다시 혁신적인 종 만드는 기술에 도 전한다.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 끝에 2005년 대형범종 제작을 위한 새 밀랍주조 법을 개발하여 또 한 번 종 주조법의 역사를 만들었다. 학자들로부터 최고의 범종 제작 기 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기법은 종장의 후 세에 대한 자비심의 발현이었다. 즉 우리의 후세들이 더욱 발전시켜 나갈 기술의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마음이 그의 후대에 까지 이어져 3대째 종의 명가가 탄생된 것이다. “제 인생의 중심에는 오로지 종뿐이었습 니다. 지금도 잘 만들어진 종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떨려옴을 느낍니다.” 용암이 들끓듯 흐르는 쇳물을 보며 구슬땀을 흘리는 종장은 여전히 가슴이 설렌다. 원 종장은 요즘 그의 인생에 새로운‘ 종 작 품’ 제작 길목에 서 있다.

지금껏 만든 종 중 에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하는 물음 에“ 종을 조성할 때 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지금껏 조성한 모든 종들 다 가장 마음에 듭니다. 마음에 안든 종은 태어 나지도 않았어요” 불가에서 말하는 일행삼매 가 원종장에게는 일상 생활이고 생활 속의 실 천이다.“ 종소리 만큼 가슴을 울리는 소리가 어디 있어? 소리를 듣는 순간에는 모든 번뇌 가 사라지거든. 그 소리는 가슴 속에 간직한 사람만이 알아.”

이제 국내를 넘어 천년을 뛰 어넘는 소리를 세계로 전달하기 위해 종장은 다시 한 번 더 도전장을 내민다. 그는 종소리 에 가슴이 울렸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