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 스님 / 신해사 회주. 대한불교승가회 총재

부처님께서는 일체의 법을 유위와 무위로 구분해 유위는 생주이멸(生住異滅)하고, 무위는 불생부주 불이불멸(不生不住 不異不滅)한다고 했다. 유위는 생겨서 머물다가 변해서 사라지고, 무위는 생기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으며, 변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러한 부처님의 말씀은 유위법과 무위법이 따로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우리가 소승불교라고 부르는 아비달마 불교에서는 유위법과 무위법을 각기 다른 존재로 생각해 허공과 열반은 무위법이고, 그 밖의 모든 존재는 유위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위법과 무위법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유위는 행(行)에 의해 조작된 허위를 의미하고, 무위는 행을 멸해 조작되지 않은 진실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중생들이 무명의 상태에서 탐욕을 일으켜 연기한 법을 존재화한 것이 유위이고, 무명이 사라지고 탐욕이 사라진 현존과 함께 연기하고 있는 법계가 바로 무위이다.

“유위가 생주이멸 한다”고 했다. 우리가 “존재로 대상화해 인식하고 있는 모든 것은 우리에게 생겨서, 머물다가, 변하여, 사라지는 것으로 인식 된다”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책상을 예로 들어보자. 널빤지에 각목을 붙여서 책을 놓고 보기에 적합한 상태가 되면 우리에게 책상이 생긴 것으로 인식한다. 이 물건이 책을 놓고 보기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책상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다리가 삐걱거려서 책을 놓고 보기가 예전과 같지 않으면 책상이 변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다가 다리가 떨어져 나가 책을 놓고 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책상이 사라진 것으로 인식한다. 우리는 이때 책상이 생겨서 머물다가 변하여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외부에 책상이 실제로 존재하면서 생주이멸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책상이 생주이멸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현상은 외부의 책상이 실제로 생주이멸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마음속에 책상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위는 왜 생주이멸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생주이멸은 우리에게 개념이 형성되어 있을 때 인식되는 것이다. 만약 허구적인 개념이 형성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존재의 생주이멸이 인식되지 않는다. 무위는 허구적인 개념이 사라진 상태에서 인식되는 연기하는 법이다. 따라서 이 법은 생주이멸로 인식되지 않는다.

무위가 생주이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렇게 우리의 마음에 허구적인 개념이 없을 때는 생주이멸이 인식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무위는 생주이멸하지 않는다. 이 말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가 허구적인 개념을 버리고 사물을 보게 되면 모든 것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기법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연기하는 법을 보면 동일한 조건 아래서는 항상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존재로서의 촛불은 생겨서 사라진다. 그러나 연기하는 법으로서의 촛불은 생기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심지와 기름이 있고, 산소가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심지에 불을 붙이면 언제라도 촛불은 연기한다. 이렇게 촛불이 연기하는 법칙은 언제 누가 만든 것도 아니고, 새로 생긴 것도 아니며, 어느 한 곳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법은 언제나 조건만 갖추어지면 주변조건과 함께 나타난다. 이렇게 연기하는 법은 생주이멸하지 않는다. 이것이 무위이며 연기하는 법이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