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연구에 반세기를 바치고 있는 김재영 법사는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가 아니라 ‘보살고행의 길’이라고 말한다. ‘깨닫는다, 한소식한다, 본래청정, 본래부처, 공, 무아, 자성⋯.’ 등 생명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인 낡은 견해에 물음표를 던진다. ‘깨달음, 견성, 한소식, 부처⋯.’ 이것은 불교의 목표도 목적도 아니라고 한다. 부처되는 길도 아니며, 하나의 교리로 사상으로 굳어버린 관념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정체되어 죽어있는 오늘날 불교의 낡은 판을 깨고 새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붓다의 불교’로 돌아가는 것이라 말한다. ‘초기불교’를 말하는 게 아니라 붓다가 80년 피땀 흘리며 몸소 보여주신 ‘붓다의 불교’를 오늘날 우리에게 맞는 ‘우리들의 불교’로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그 동안 저자가 ‘우리도 부처님같이’라는 슬로건 아래 행해온 실천불교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이 책은 붓다의 생애를 담고 있지만 단순한 부처님의 전기가 아니다. 붓다의 삶을 통해 우리들 자신의 삶을 혁신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는 우리 불교를 다시 한 번 개척하고, 우리 민족을 살려내려는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붓다 석가모니-사제팔정도-보살고행’ 이것이 만고불변의 불교의 정통이고, 불교의 정체성이다. 세간과의 구분도 없이 사리사욕에 물든 지금의 불교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교의 정체성에 근거하여 사람을 살리는 불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불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학문적 실천적 성과는 ‘붓다와 같은 따뜻한 연민-고요한 관찰-자유로운 토론’이라는 ‘깨달음의 수행체계’를 확립해낸 것이다. 붓다가 도처에서 열어 보인 ‘깨달음의 차례법문’에 근거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인 수행체계를 실천적으로 확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명들에 대한 끝없는 ‘연민’이야말로 불교의 기본 동력임을 고찰하고 있다. ‘연민이 없으면 불교도 깨달음도 우리 인생도 없다’는 대명제를 세우고, 피땀 흘리며 걷고 걷는 ‘보살고행’이 불교의 정체성임을 밝힌다. 나아가 인류구원의 길, 우리 시대 불교의 중흥운동에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김재영 지음 / 동쪽나라 519쪽 / 값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