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도대체 누구인가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런 날카로운 질문에 어른들은 답한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공부나 해라.” 혹은, “곧 알게 된다.”며 얼버무린다. 실은 어른들도 불안하여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른들은 중요한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피하게 된다. 이 책 『노스승과 소년』에는 저자가 준비한 섬세하고 깊은 함축적 의미가 담긴 대답이 가득하다.
이 책은 깊은 밤, 문답을 나누며 삶의 원초적 진의에 다가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문에서 노스승은 소년을 ‘어린 벗’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투영해 소년을 ‘벗’으로 받아들인다. 노스승은 현재의 저자, 소년은 과거의 저자이기도 하다. 소년의 질문에 노스승은 간단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 물음을 가리지 않고 명확하게 대답해간다. 과거 자신이 가졌던 의문과 같은 것으로 고뇌하는 소년이 ‘신’이나 ‘허무’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오히려 삶의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덕분에 소년은 오랫동안 헤매오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낸 기분을 느낀다.
두 사람의 문답을 통해 저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공관(空観)의 개념, 즉 ‘모든 것에는 실체가 없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세상(世上)에 존재(存在)하는 모든 사물(事物)은 인연으로 생겼으며, 변하지 않는 참다운 자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즉 제법무아(諸法無我)에 이르는 길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이 저절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어려운 불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 누구나 소설 읽듯 쉽게 불교 철학을 음미할 수 있다.
이 책은 불교의 정통적인 가르침을 배우는 책이 아니다. 얇지만 마음에 새길만한 압축된 문장이 많다. 살아가는 것에 허무감과 피로를 느끼는 독자들, 자기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의문을 찬찬히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 어떤 고난을 스스로 극복하는 지혜를 얻고 싶다면, 결국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답을 내야 한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때때로 간과된다. 따스한 미래를 예감하게 하는 결말에 저자가 삶을 대하는 사랑과 자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샘터 136쪽 / 값 1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