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울 때 같이 즐거워하고, 괴로울 때 같이 괴로워하며, 일을 할 때 뜻을 모아 같이 하는 것을 가족이라 한다.’ 가족에 대한 붓다의 말씀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올해 접수된 112 신고 중 가정폭력 신고가 절도 신고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1월~10월 까지 가정폭력으로 접수된 신고건수는 20만4826건으로 절도의 19만2649건 보다 많았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경찰에서도 말합니다.

사건 사례를 살펴보면, 2017년 서울 강남구에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아내가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에 이어 올해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남편의 지속적인 가정폭력 끝에 전 부인이 살해당한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둔기를 수차례 휘둘러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부부싸움을 만류하는 것에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사위가 장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사건도 있었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범죄의 구속률은 0.8%로 매우 낮은편이며 기소율은 26.7%에 불과한 반면 보호처분의 비율은 34%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같은 이유는 피해자가 가정폭력 사실을 숨기거나 원치 않는 경우에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되어 실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의사’보다는 ‘수사기관이 처벌 여부를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법의 개정등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가정폭력 사망사건 중에는 실제로 ‘남편에 대한 처벌이나 임시조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 아내의 선처의사가 있었지만 이는 결국 자신들을 화목한 가정으로 되돌려 놓지를 못했다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끝으로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가정’을 보호하고 장려해야 함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며, 가정의 화목을 위해 성스러운 가르침이 되어야 함은 종교의 거부할 수 없는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전 사회적 관심과 대책에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빤야와시로(해공)스님/ 불교마음상담실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