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禪家)에서는 불심(佛心)으로 근본을 삼고 무문(無門)으로 법문을 삼는다. 그렇다면 이 문이 없는 문은 과연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한 깨달음을 얻으려 각지에서 모인 수행승들이 오대산 무문화상을 찾아가 예로부터 해탈의 문이라고도 불리는 이 무문을 통과하기 위해 화상의 가르침과 숨막히도록 치열한 방행(放行)과 수행을 통하여 공안을 깨친다”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할 불교수행 영화 ‘선종 무문관’이 12월 13일 개봉됐다. ‘선종 무문관’은 다양한 고뇌에 직면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감독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에 조사어록 중 <무문관>에서 스토리를 고안해, 서로 다른 깨달음을 얻으려는 다섯 명의 수행승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도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사찰과 자연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화 <선종 무문관(이하 무문관)>은 막힌 가슴이 뚫리는 듯한 자연 속 사찰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과 수행 일기라는 독특한 소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문관’의 윤용진 감독은 지난 2010년 첫 연출 데뷔작 ‘할’을 통해 철학적인 주제를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이번 영화는 윤용진 감독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장편 독립영화로서 우상전, 안홍진, 조용주 등 베테랑 배우들이 지난 작품에 이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무문관’이란 중국 남송(南宋)의 무문혜개(無門慧開)스님이 지은 불서 <선종무문관(禪宗無門關)>의 약칭으로 48칙의 공안(公案)을 해설한 선서(禪書)인 <벽암록>·<종용록>과 함께 널리 알려져 있다. 무문관 1칙은 ‘조주무자(趙州無字)’이다. 조주스님에게 한 승려가 ‘개(狗)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 하고 묻자, ‘없다’고 대답한 것은 세상에서 말하는 유무상대(有無相對)의 ‘무(無)’가 아니라 유무의 분별을 절(絶)한 절대적 ‘무’를 가리킴이다. 윤 감독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만들었다.
윤용진 감독은 “사회지탱의 기본인 인간관계가 말라 비틀어지고 ‘고독사’, ‘조울증’, ‘공황장애’ 등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애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 해결 방법을 선불교에 ‘조사어록’에서 찾아 보기로 했다”면서 “같은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유시켜 드리기 위해 이 영화를 제작했다. 이 영화가 우리 불교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낼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종교와 철학, 특히 선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종 무문관>은 이봄씨어터,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신사)등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