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블 스님 / 우리불교조계종 종정‧시인

우리 인간은 누구나 시간속에서 생로병사의 비애(悲哀)를 느낀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고 실현시키고자 고통을 잊어버리고 성취의 희망속에 살아 가고 있다. 얼마전 새해라고 계획을 세운지가 어제인 듯 한데 벌써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할 오늘은 어떠한가  올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철저히 자기를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제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해보다도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무술(戊戌)년도 서서히 그 세모가 다가온다. 하기야 시작과 끝도 없이 생멸유전(生滅流轉)하는 시공(時空)의 사이에서 한 금을 그어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다 부질 없는 일이겠으나 우리 불제자들의 사명인 중생교화의 한 방편으로 본다면 결코 무의미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서 우리들은 올해를 어떻게 보냈는가 스스로 생각해 보자. 원래 이 세상에 존재한는 선악(善惡)의 책임은 모두다 불제자인 우리 승가에게 있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그 신분이 스승(師)인 까닭이다.

승가가 승가를 서로 부를때에도 사(師), 대사(大師), 법사(法師), 선사(禪師) 등등의 경칭을 부치고 일반 대중으로서도 승가를 부를때에는 역시 그러하다. 승가는 처음부터 남의 스승이 되기를 기약하고 배우며 그 도(道)를 성취하면 삼계사생(三界四生)의 스승이 되고 불조(佛祖)의 스승이 되어 모범된 행을 하며, 모범이 되지 못하면 그것은 스승이 아니다.

그러므로 행동과 말이 사도에 합해야하고 길을 잃은 자에게는 길을 어둠에 헤매이는 자에게 정답을 주어야 하고 모름이 있는 자에게는 지식을 주어야 한다. 만일 삼계사생의 도사인 승가가 있으면서도 중생으로 하여금 악업에 시달리게 한다면 승가 자신은 먼저 인책(引責)하여 참회하지 아니 하면 아니된다.

이와같이 우리 승가의 의무는 크고 우리의 할 일은 많다. 이제 우리는 무술년을 보내면서 스스로 자기의 의무를 다하였는가 반성해 보자. 승가를 가치 높은 존재로 만들려면 각 승려가 불조의 말씀을 근거로 정진하는 길 이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다. 가치를 인정받는 모든 것들의 핵심은 적극적인 정진 하나로 이루어진 것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급하게 정진함으로써 순간적인 오류로 결과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일들이 나타날 수 있다. 계단을 밟듯이 차분하게 행하는 자세가 가장 슬기로운 승가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 사회를 맞이 하여 상호불신속에 유교적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인간상실(人間喪失) 인간부재(人間不在)의 현상 속에서 불성(佛性)의 존엄성을 잊은채 살고 있다. 승가의 수진(守眞)으로 석가모니 교조의 전도(傳道)를 통하여 살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포교활동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이 때를 당하여 승가 자신이 먼저 자참자괴(自慙自愧)하고 자애자련(自愛慈憐)하여 첫째, 부단한 정진으로 자질 향상과 세태를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야 하며 둘째, 자기 수양에만 만족하는 소아적인 태도를 버리고, 셋째, 혼돈의 시대에 봉착한 중생의 삶을 교조의 가르침으로 도덕적인 방편이 되도록 대대적 포교사단을 운영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 존엄의 깃발을 걸고 대자대비의 실천으로 진심직설(眞心直說)과 이타비원(利他悲願)으로 대 이상을 되새겨 올해 자기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승가(僧伽)는 내일에의 임무를 버리지 말고 굳은 결심으로 정진(精進)할 것을 새롭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