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고 하여 한해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의 날 의미로 예로부터 왕이 대신들에게 달력을 나누어 주었고, 이러한 전통이 사찰에 이어져 사찰에서는 동지에 새해 달력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또한 팥죽을 쑤어서 나누어 먹으며 집안에 뿌려 잡귀를 물리치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동지에 팥죽을 쑤어 무차법회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중들이 이 팥죽을 공양 하였고 이러한 의미가 더해져 배고픈 사람을 구제하는 보시의 의미도 생겼다. 이것은 불교의 미덕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이기도 했다. 한국 불교의 특징은  전래당시 토속신앙을 잘 수용 하였다는 것이다. 일례로 사찰의 산신각을 들수 있다. 이러하듯 동지는 전통적인 명절로서 불교적인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명시된 명절은 따로 없다. 불교적인 명절이라는 것도 후대의 사람들이 만들고 계승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동지에 대한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특히 각 사찰마다 동지기도가 연중행사의 하나로 행해지고 있다. 동지는 춥고 밤이 길기에 절망적인 날로도 생각할 수 있으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희망이 시작되는 새로운 날의 기점이 되는 것이다. 즉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 최적의 날이 된다. 그래서 동지기도는 여러 가지로 살펴볼 수 있지만, 지난해를 무사히 보낸 것에 대한 감사와 새로운 한 해의 소원을 기원하는 기도일 것이다. 이러한 동지기도에 동참하는 것은 자신의 신행을 점검하면서 스님들의 수행을 돕고 자비의 손길을 베푸는 무차법회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러한 불교적 동지의 의미를 새겨 불교적 명절로서 더욱 확산시켜야 한다. 점점 각박해져가는 사회에 불교의 자비정신을 홍포함으로써 불교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경북 포항불교사암연합회 소속 20여개 사찰은 지난 16일 포항 북구 중앙상가 거리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동지 팥죽 나눔 행사를 개최하였다. 사찰, 신행단체 신도 시민 등 5,000여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치러진 행사이다. 이렇듯 이제는 적극적으로 각 종단 및 사찰, 단체 등이 범불교적으로 동지를 자비나눔 불교적 행사로 확산시켜야 할 때다. 이러한 훈훈한 사회동참이 불교포교는 물론, 줄어드는 불자감소를 멈추게 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