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삼국시대에 천문과 점성술에 뛰어난 관로(管路)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길을 가다가 한 미소년을 보았다. 사람을 보면 관상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된 지라 자신도 모르게 혀를 쯧쯧 차며, “아깝구나! 사흘 안에 죽겠구나!”하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대의 유명한 점술가의 말이다.
더럭 겁이 난 소년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관로의 말을 전했다. 사색이 된 아버지가 그길로 관로의 집을 찾아가서는, 하나뿐인 자식의 수명을 늘릴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관로가 “인간의 수명은 하늘이 정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가 없다.”고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은 “좋은 술 한 통과 말린 사슴 고기를 준비해서, 내일 남산으로 찾아가시오. 큰 뽕나무 밑에서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을 테니 그들 옆에서 술과 사슴고기를 권하시오. 권하기는 하되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되고, 그저 잔이 비면 술을 따르고, 술을 마시면 안주를 손에 쥐어드리기만 하시오.”라고 하였다.
다음날 술과 안주를 짊어지고 남산으로 들어가서 헤맨 끝에 바둑을 두는 두 노인을 찾을 수 있었다. 소년이 관로의 말대로 바둑을 두는 두 노인에게 술과 고기를 권했다. 두 노인은 바둑을 두느라 누가 권하는지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주는대로 술도 마시고 고기도 먹었다.
마침내 바둑이 끝나자 북쪽에 있던 붉은 옷을 입고 잘 생긴 노인이 “넌 누구냐 왜 이곳에 온 거냐 ”하였더니, 소년이 울면서 수명을 늘려달라고 애원하였다.
그 노인(북두칠성의 신)이 황당해 하며 “안된다.”고 하였는데, 남쪽에 있던 흰 옷을 입고 추하게 생긴 노인(남두육성의 신)이 “하는 수 없지. 관로의 짓이구먼. 아이가 가져 온 것을 무심코 먹어 버렸으니 어쩌겠나 들어줍시다.”하며, 북쪽 노인의 수명장부를 달래서는 ‘十九(19세)’에 한 획을 더 그어서 ‘九九(99세)’로 만들고는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2. 북두칠성께 죽음을 연기해 달라고 빈 제갈공명
북두칠성의 신은 죽음을 관장하고 남두육성의 신은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식을 낳게 해달라는 기도는 남두육성에게 하고, 수명을 늘려달라고 하는 기도는 북두칠성을 보고 하는 것이다.
제갈공명이 하늘의 장군별을 보고 자신의 수명이 다했음을 직감했다. 죽음은 무섭지 않았지만, 한나라를 재건하겠다는 꿈과 어린 임금 유선의 울먹이는 얼굴이 교차되면서 죽음을 연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북두칠성께 빌기로 하였다.
북두칠성의 일곱을 상징하여 사방으로 마흔 아홉 개의 촛불을 켠 단을 쌓고, 그 단을 사방으로 돌아가며 각기 일곱 명씩 모두 마흔 아홉 명이 북두칠성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지키게 하였다. 자신은 검은 도복을 입고 풀어헤친 머리로 입에 쌀알과 칼을 물고 절을 하며 기도하였다.
아마 49일을 무사히 넘겼으면, 그 정성을 가상히 여겨 수명이 연장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적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급해진 부하장수 위연이 단 위로 뛰어 오르며 “승상! 적이 쳐들어옵니다!”하고 알려 왔다.
그냥 알리기만 했어도 좋은데, 막사 안으로 들어오면서 발로 단을 참으로써 단 위의 촛불이 넘어져 꺼지고 말았다. 제갈공명이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위연을 위로하며, “이것도 하늘의 뜻이다. 각자 맡은 지역으로 돌아가 방비하라!” 하였다.
사실 간밤에 적장인 사마의가 천문을 살폈는데, 장군별이 지상으로 떨어지는가 싶다가 다시 올라가고, 떨어지는가 싶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제갈공명의 죽음을 확신하고 쳐들어 왔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위연이 실수해서 촛불을 껐기 때문에 ‘죽음을 연장해달라’는 기도가 틀어졌다기보다, 그 이전에 북두칠성신이 장군별을 지상에 떨어지게 함으로써 ‘연장불가’의 결정을 보여준 것이다.
앞서 소년이 부탁할 때도 북두칠성신은 거절을 하려 했고, 제갈공명의 기원도 들어주지 않은 것을 보면, 북두칠성신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냉정한 성격일 것이다. ‘차라리 역대 임금처럼 남극노인성에게 빌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영혼을 지키는 수호신 귀금양3.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칠성판
사람이 죽으면 구멍을 일곱 개 뚫은 널판자에 시신을 올린 뒤 관에 안장한다. 이 널판자를 칠성판이라 하고, 요즘에는 구멍을 뚫는 대신에 그림으로 그려 넣기도 한다.
이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칠성판에 시신을 담아서 하늘로 보내면, 북두칠성의 신이 북두칠성이라는 국자로 영혼을 떠서 귀수(鬼宿)에게 맡기는 것이다. 두수의 ‘두’ 자는 ‘말 두(斗)’자를 쓰는데, 곡식의 양을 재는 도구이다. 영혼의 무게를 재서 각자 해당되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귀수는 남방 주작의 눈에 해당하는 별자리이다. 네 개의 별로 이루어진 주황색의 밝은 별인데, 그 안에 흰색의 기운뭉치가 있다. 천문에서는 이 기운을 ‘적시기(積尸氣)’ 즉 시신의 기운을 쌓아둔 것이라고 해서, 별은 아닌데 기운이 쌓여서 별처럼 보인다고 한다.
귀수의 ‘귀’자도 ‘귀신 귀(鬼)’자를 쓰는 것을 보면, 예로부터 영혼의 저장 곳간으로 써왔음을 알 수 있다. 즉 귀수에서 영혼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남두육성의 신이 새 생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내주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하늘나라에는 영혼을 떠서 가두는 국자(북두칠성)와 다시 풀어주는 국자(남두육성)가 있어서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북두 만다라4.정성모아 관상(觀相)하면 신심 깊어져
북두칠성은 1년 365일 항상 머리위에 뜨는 별이다. 북두만다라를 보면 부처님께서 정 중앙에 앉아 계시고, 7정과 12신 그리고 28수 보살들이 차례로 원을 그리며 좌정하고 있다. 하늘 중심 북두칠성이 놓인 곳에 부처님이 계신다고 믿은 것이다.
그곳을 향해 항시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달라고 빌면 된다. 하지만 남두육성은 여름에만 볼 수 있다. 5월 10일에는 새벽 3시경에 남중한다. 그 시각에 남쪽 하늘을 보고 예쁜 아기를 낳게 해달라고 빌면 된다.
25일에는 새벽 2시경, 6월 10일에는 새벽 1시경, 6월 25일에는 새벽 0시경, 7월 10일에는 밤 11시경, …. 이렇게 남쪽 하늘 한 가운데 뜬다.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이 뜰 때 아까 이야기한 전설을 떠올리며, 정성스레 두 손을 모아 하늘로 향하면서 맛있는 술에 사슴육포를 드린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마치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 두 손으로 부처님 발을 씻어 드리고, 부처님 발을 받쳐드린다고 생각하듯이 정성을 모아 관상(觀相)하면 신심이 깊어지고 부수적으로 복을 받게 되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