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와 번뇌가 둘이 아니고  가지고 범하는 것이
둘이 아니며, 부처와 중생, 현실과 이치, 고요함과 시끄러움,
선과 악, 물질과 정신, 나고 죽음, 끊음과 제함, 참과 거짓,
해탈과 속박,  경계와 비침이 둘 아닌 도리를 알라

있거나 있지 않음이 없어서 시방이 바로 눈앞이로다. 옛과 지금이 아니니 삼세가 다만 한 생각이로다.

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아서 상대적인 경계 모두 끊어지고 지극히 큰 것은 작은 것과 같아서 그 끝과 겉을 볼 수 없다.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이요,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지 않다면 반드시 지킬 것이 없느니라.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니 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면 마치지 못할까 걱정할 것 없다.
믿는 마음은 둘 아니요 둘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과거가 미래가 현재가 아니로다.

그러니 확신을 가지고 믿음을 형성한 사람은 말에 끄달리지 않고 좌우를 두리번 거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정통법맥을 계승하여 선불교를 편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런 것과 관계 없이 인도의 선경(禪經)들을 의지하여 자연스럽게 도를 깨달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금릉의 지공스님과 부대사 같은 분들은 한 경계를 넘어서 그 시대의 선지식으로 크게 존경을 받으신 분입니다.

지공스님(418∽514)은 위진남북조시대에 태어났습니다. 금릉출신으로 성은 주(朱)씨이고 어려서 강소성 건강 도림사를 출가하여 선정을 닦았습니다. 태시 초년(465∽471) 불시에 일어나 거쳐를 정하지 않고 음식도 때 없이 먹으며 머리도 깎지 아니 했습니다. 냄비를 손에 들고 행각하면서 대승찬 10수를 지어 부르며 각종 이적으로 대중을 교화하였습니다.
이제 그 대승찬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룩한 도는 항상 눈 앞에 있어 허망한 몸이 그림자와 다르지 않다.
법성은 항상 고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중생들에게 바른 도를 말하라.

불법의 견해와 외도의 견해가 다 같이 나쁘다.
가소롭다 고물고물한 중생들이여, 세상의 많고 많은 어리석은 중생들 깨달아 아는 것이 곧 보리니 괜한 허튼 소리로 거짓말 하지 말라.

스님은 매일 인시(寅時)에 일어나 이튿날 닭우는 축시(丑時) 까지는 성성역력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보리와 번뇌가 둘이 아니고  가지고 범하는 것이 둘이 아니며 부처와 중생, 현실과 이치. 고요함과 시끄러움, 선과 악, 물질과 정신, 나고 죽음. 끊음과 제함, 참과 거짓, 해탈과 속박,  경계와 비침이 둘 아닌 도리를 알라.

이렇게 스님은 운용과 자재, 미혹과 깨달음에 속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의 제자에 부대사가 있는데, 이 또한 재산을 부인에게 맡겨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고 호미 하나 낫 하나로 농촌에 돌아다니며 손이 부족한 사람들의 손이 되고 발이 부족한 사람들의 발이 되었습니다.

활안스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