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에 매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되 사유하지 말라

붓다는 “생각의 파도가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멈춤 속에서도 확연히 알아차리는 깨어있음이 있는 것을 선정의 완성”이라 말한다. 이것이 곧 사마타명상(Samatha Bhāvanā:止修行=寂寂)과 위빳사나명상(Vipassanā Bhāvannā:觀修行=惺惺)이요 이 두 가지 명상이 완성된 것을 ‘선정이 구족되었다(Jhāna Sampadā:禪定具足)’라고 하신다.

앞서 배우고 익힌 호흡명상과 정진명상은 내안에 존재하며 시시각각 요동치고 있는 번뇌 망상들을 아홉 단계의 배호흡법과 네 단계의 정진법을 통하여 고요히 멈추는 과정을 깨닫고 꿰뚫어 실천하고 경험한 것이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고요함에 이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거나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일시적 허상현상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기억이나 관심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것임을 붓다는 경계하고 계시다. 또한 이와 다르게 고요함에 이르면서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 선정이 완성된 것으로 오인하는 어리석음들 즉 무기공(無記空)에 대해서도 붓다는 경계하고 계시다.

붓다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최상의 고요함 속에서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惺惺寂寂)”라고 말씀하신다. 이 가르침에 대하여 보조국사는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에서 ‘마음이 밝게 깨어있는 성성(惺惺)의 상태로써 아무런 생각 없이 흐리멍덩한 무기를 다스리고 고요한 적적(寂寂)으로써 분별하는 가지가지를 다스려라’고 강조하였고, ‘수심결(修心訣)’에서도 ‘정(定)으로서 어지러운 생각을 다스리고 혜(慧)로써 무기를 다스리라’고 강조하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붓다의 가르침이나 조사스님들의 경책에도 불구하고 무기공(無記空)이 무엇인지를 몰라서 스스로 하는 수행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어느 입선자가 말하기를 ‘나는 입선하면 2-3분 이내에 바로 무념의 상태에 들어간다’라고 자랑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하루 8시간을 무념의 상태로 들어가 있다’라고 자랑하는 자가 있다. 이것이 바로 무기공에 빠진 것인데도 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무기공이 아닌 참된 고요함(寂寂)에 도달하였다면 그 속에 나타난 것들에 대하여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인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붓다는 등각경 정념품 가르침에서 “(2절)‥‥‥몸에 대하여 몸을 관찰하고 느낌에 대하여 느낌을 관찰하고 생각에 대하여 생각을 관찰하고 사실에 대하여 사실을 관찰하면 이것을 올바른 새김(正念)이라 하느니라.”라고 하시며 네 가지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명료하게 바라봐야 함을 말씀하고 계시다.

또한 “(4절)‥‥몸에 대하여 몸을 관찰하지만 몸에 대한 사유를 하지 말라. 느낌에 대하여 느낌을 관찰하지만 느낌에 대한 사유를 하지 말라. 생각에 대하여 생각을 관찰하지만 생각에 대한 사유를 하지 말라. 사실에 대하여 사실을 관찰하지만 사실에 대하여 사유를 하지 말라.”라는 가르침으로 올바른 관찰을 위해 사유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계시다.

즉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명명백백하게 알아차림 하는 것(惺惺)’인데 어떤 대상을 사유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번뇌 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청명한 관찰의 본질을 벗어난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 보되 사유하지 말아야 함을 기억하라.
(다음 호에 계속)

수완나 / 견불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