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은 거룩한 삼보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사찰에 붓다의 형상을 모시는 것은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지혜를 주신 붓다를 공경하기 위함이며, 가르침을 모시는 것은 진리를 깨우치기 위함이고, 승가를 모시는 것은 거룩한 가르침 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기 위함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찰의 기능을 보면 지혜를 깨닫는 공간이 아니라, 소원을 성취하는 맹신의 목적물로 전락해져 있다. 이는 붓다의 올바른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한 승가의 책임이다.

등각경 가피13-17에 의하면, 붓다에게 어느날 ‘아시반다까뿟다’라는 촌장이 찾아와 묻기를 “세존이시여 바라문들은 임종한 사람을 기도로 인도하고 잘 다스려 천상에 가게 한다고 합니다. 세존께서는 사람이 죽은 뒤 그를 좋은 곳 천상에 태어나게 할 수 있습니까 ”라고 하였다.

그러자 붓다는 “아시반다까뿟다여 큰 바위를 연못 속에 던져 넣고 염원하고 찬미가를 염송하고 합장한 채 기도한 것을 원인으로 이것을 조건으로 큰 바위가 떠오르지는 않느니라. ‥‥‥ 다른 사람에 의해서는 그 누구도 천상으로 인도되거나 천상에 태어나게 할 수는 없느니라. ‥‥‥ 스스로 착하고 건전함과 자애를 실천하라. 그러면 그것을 원인으로 그것을 조건으로 천상에‥‥‥ 태어날 수 있게 되느니라.”라고 하였다. 즉 천상(극락)으로 가고자 한다면 살아있을 때 스스로
청정함과 참 공덕을 갖춰놓아야지, 죽은 뒤 그의 자손이나 수행자 등의 기도만으로는 누구도 천상에 도달할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사찰에서 올린 불공으로 영혼을 천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다. 그래서 붓다는 등각경 가피25. 26에서 꾸쌀람(Kusalaṁ)의 삶, 즉 착하고 건전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인연으로 그것을 조건으로 천상에 태어나 7겁 동안 욕계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살아 있을 때 어떤 생각과 어떤 말과 어떤 행동으로 살아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이지 죽은 뒤에는 그 무엇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음을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다만 등각경 가피18. 19에서 붓다는 “‥‥‥ 부모를 섬기거나 돌아가신 부모에게 제사하는 일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도 멈추지 말라. 왜냐하면 부모는 최초의 스승이고 하느님이고 존귀한 님이니, 현명한 자라면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는 행위가 그가 살아있을 때나 죽어있을 때라도 멈추지 않아야 함을 알기 때문이니라.”라고 말한다. 즉 부모가 돌아가신 뒤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겠다는 허황된 기도보다는, 부모에 대한 효행은 살아계실 때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고, 죽음에 이른 후에도 멈춰서는 안 된다고 하는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기도인가  붓다는 기도 법에 대하여 등각경 가피11에서 “‥‥‥ 보이지 않는 허상에 기대어 기원하는 것만으로 허망한 존재의 능력을 갈구하고 목표가 달성되기를 바라지만, 이 세상에 어떠한 것도 채움이 없는 결과는 존재하지 않느니라.”라고 하신다. 즉 기도를 완성하려면, 맹목적인 기원만으로 이루려고 해서는 안 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소망을 성취겠다는 간절함으로 최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고 계시다. 이와 같이 기도는 부족함을 채우는 간절한 노력에 의해서만 성취할 수 있음을 깨닫고 이제라도 가르침대로 올바르게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