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개인정보보호 토론회…"법적 보호 대상 확대해야“

14일(금) 이해민 의원 등 '아동 개인정보보호 개선방안 토론회' 주최

아동·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개인정보 침해 인지·권리 행사 등에 미숙

「개인정보 보호법」은 만 14세 미만만 개인정보처리자의 의무 규정

보호연령 대상 확대하고 잊힐 권리 보장 위한 법적 근거 마련할 필요

아동의 최선의 이익 원칙 적용, 아동 개인정보 영향평가 의무화 등 제언

이 의원 "아동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디지털 기본권' 재정립해야“

▲14일(금)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이해민·김남근·신장식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린 '정보주체 관점에서 본 아동 개인정보보호 법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국회사무처 사진=강세영 기자)

(불탑뉴스=차복원기자)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보호 연령을 확대하고,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4일(금)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이해민·김남근·신장식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린 '정보주체 관점에서 본 아동 개인정보보호 법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다.

발제를 맡은 유조안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사용·활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아동들은 더 많은 위험 요인에 노출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동·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고, 자신의 권리 행사나 피해 구제를 위한 조치에 미숙한 경우가 많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2023년 아동·청소년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90.2%)은 인터넷 서비스 이용을 위해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한 경험이 있지만 44.8%는 동의 내용에 위치정보, 이용 기록 등이 포함된 것을 몰랐고, 53.1%는 마케팅을 위해 외부 업체에 개인정보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만 14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만 개인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려는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14세 이상 청소년은 성인과 동일하게 다루고 있어 연령별 특성을 반영한 규율 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아동의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강화하고 있는 영국은 18세 미만 연령을 5단계로 나눠 '연령적합설계규약'을 운영하고 있다.

유 교수는 아동의 연령, 인터넷 사용 빈도, 부모의 소득 등에 따라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의 삶의 질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2023년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초등학교 3학년·5학년·중학교 1학년 아동과 양육자 각각 8천44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아동 34.8%는 온라인에서 새로운 친구를 찾아 연락했으며, 20.3%는 낯선 사람을 연락처에 추가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다른 사람이 자신이 원치 않는 문자·사진 등을 온라인에 올린 적이 1번 이상 있었다는 응답은 15.7%였다.

인터넷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을 때 어른에게 이야기했다는 비율은 22%로 나타났지만, 저소득층 아동은 15.2%에 그쳤다.

유 교수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모든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디지털 보호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고려 사항으로는 ▲온라인 서비스·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동의 최선의 이익 원칙을 적용할 것 ▲아동이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앱은 '디자인 단계'부터 보호의 원칙을 적용할 것 ▲아동 이용 비율이 높은 앱·플랫폼에서는 아동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의무화할 것 ▲국가 차원에서 아동청소년 온라인 안전 허브를 구축할 것 등을 제시했다.

▲14일(금)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정보주체 관점에서 본 아동 개인정보보호 법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국회사무처 사진=강세영 기자)

이어진 발제에서는 구체적인 법률 개선 방향이 제시됐다. 김시온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은 '특별한 보호의 대상'이자 '독립적인 권리 주체'라는 복합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후견적 개입으로 인해 정보주체로서의 자율성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조화로운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특별 보호 대상과 알기 쉬운 고지 대상을 미성년자(만 19세 미만)로 확대하고, 아동이 원할 경우 온라인상의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아동의 사생활 자유와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비교·조정할 수 있는 접근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환경의 특성상 프라이버시 침해는 파급력이 크고 신속하며 오랜 기간 지속돼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며 "아동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저조해 부모 등 돌봄자의 침해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고여은 제22기 대한민국 아동총회 부의장은 "개인정보 보호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모든 상황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목적·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하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잊힐 권리 또한 단순히 미성년자로 확대될 경우 권리 행사에 제약이 생길수 있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범위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해민 의원은 "기술의 발전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디지털 기본권'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아동이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주체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